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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공무원연금 개혁, 연내 반드시 처리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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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청와대를 예방한 탕자쉬안 중국 전 국무위원(왼쪽)을 만나 남북관계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게 인상적이다”며 “앞으로도 좋은 활동을 많이 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공무원연금 개혁이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정치권에 던져졌다.

 개혁에 가장 적극적인 쪽은 청와대다. 지난 19일 열린 비공개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논의됐다는 보도(본지 10월 21일자 1면)가 나온 걸 계기로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1일 오후 예고 없이 청와대 기자실을 찾았다. 그러곤 “당·정·청 회의에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직접 참석해 달라고 새누리당에서 요청해 김 실장이 나갔다”며 “그 자리에서 (김 실장이) ‘공무원연금 개혁은 연내에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 실장이)‘해마다 수조원씩 국민 세금이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고 고령화 속도가 빨라 공무원연금 개혁을 늦출 수 없고 연내에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며 “국민 여론도 개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상황에서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다면 여권이 의지가 있느냐 하는 의심을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연내에 공무원연금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가 (새누리당에) 충분히 전달됐다”고도 강조했다. 특히 그는 새누리당 내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처리를 내년 4월로 늦추자는 의견이 나오는 데 대해선 “시급성에는 공감했다는 말로 대신하겠다”고 했다.

 다급해진 건 새누리당이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연말까지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처리하는 걸 목표로 진지하게 야당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내 처리와 관련해선 “목표” “원칙”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은 마치 잠자는 호랑이의 입을 벌리고 생이빨을 뽑는 것 같은 위험하고 힘든 일임에 틀림없다”며 “그러나 그대로 방치할 경우 그 호랑이가 곧 민가를 덮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문제는 청와대의 채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내에선 연내 처리가 쉽지 않다는 비관론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김무성 대표는 “정부가 연내에 처리하자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라는 얘기도 있다”며 “이 문제는 정부가 주도하느냐, 당이 주도하느냐 서로 미룰 일이 아니며 여야도 따로 없다. 진지한 대화를 통해 모두가 같이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사실 내가 당 대표가 되기 전 이미 당 특위가 다뤄오던 일인데 ‘이렇게 중요한 문제이니 정권적 차원에서 꼭 성사시켜야 한다’고 나에게 와서 얘기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며 “그건 잘못된 일”이라고도 덧붙였다. 듣기에 따라선 청와대의 어느 누구도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당 대표인 자신에게 하지 않았다는 불만이 담겨 있다.

 의원들 사이에서도 성급히 밀어붙이다간 공무원들의 반발만 커지고 자칫 개혁도 물 건너 갈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아예 ‘당론’으로 정해 달라는 요청도 많다. 강석훈(서울 서초을) 의원은 “당론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좋은 당론도 있다. 다음 총선을 생각하면 소신 있게 개혁안에 찬성할 수 있는 의원이 많지 않다”며 당론 채택을 요구했다. 김세연(부산 금정) 의원도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입장을 정하기 부담스러운 사안이다. 국정감사 이후 의원총회를 열어 심도 있게 논의해 당론으로 채택하는 게 좋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고위당직자는 “결정적인 시점이 되면 당론 채택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일단 새누리당은 국회 내 수순 밟기에 나섰다. 이 원내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와 주례회동을 열고 각자 당내에 공무원연금 개혁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논의한 뒤 필요하면 연석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연내 처리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새정치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회동 직후 “공무원연금 개혁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이후 처리돼야 하기 때문에 연내 처리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가영·허진·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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