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시모토 오사카 시장 “너 같은 차별주의자 필요 없어”, 사쿠라이 혐한단체 대표 “그게 뭐가 나쁜데 너나 잘 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左), 사쿠라이 혐한단체 대표(右)

“한국인이나 조선인을 하나로 묶어서 어쩌구저쩌구 말하지 말란 말이야. 오사카에서는.” (하시모토)

 “(한국이) 일본인을 하나로 묶어서 비방 하니까 그렇지. 너도 일본인이라면 한국인에 대해 제대로 말 좀 해.”(사쿠라이)

 “(한국인을 하나로 묶지 말고) 문제가 되는 특정 개인이 누구인지 정확히 지적하라고.”(하시모토)

 “그럼 박근혜로 하거나…. 네가 그렇게 말해 줘.” (사쿠라이)

 하시모토 도루(橋下徹·45) 오사카(大阪) 시장(유신당 공동대표)과 혐한 특정인종 차별·혐오단체인 ‘재일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의 모임(재특회)’의 사쿠라이 마코토(櫻井誠·43) 대표가 20일 오사카 시청에서 폭언이 오가는 격렬한 언쟁을 벌였다. 평소 재특회를 격하게 비난해 온 하시모토 시장이 사쿠라이 대표의 면담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이뤄진 자리였다.

 두 사람은 약 3m 거리를 두고 대면하자마자 서로 반말을 하며 충돌했다. 30초도 채 안 돼 양자 모두 벌떡 일어나더니 몸싸움 일보직전까지 갔다. 경호원들의 제지로 다시 의자에 앉은 두 사람은 흥분을 삭이지 못하고 언쟁을 이어갔다.

 “너 같은 차별주의자는 오사카에는 필요 없다.” (하시모토) “내가 왜 차별주의자인데.”(사쿠라이) “민족을 하나로 엮어 말하지 말란 말이야.”(하시모토) “그렇다면 한국인은 다 차별주의냐.”(사쿠라이)

 고성이 몇 차례 오간 후 하시모토가 “‘조선인은 다 (일본에서) 나가라’거나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조선인은 반도로 돌아가라’ 같은 형편없는 소리 좀 하지 말라”고 고함을 질렀다. 이에 사쿠라이는 “그게 뭐가 나쁜데”라고 맞받아쳤다. 그리곤 대화는 끝났다. 30분 예정의 면담은 8분 만에 막을 내렸다.

 발언만 놓고 보면 하시모토가 재특회를 제대로 꾸짖는 듯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위안부 망언으로 물의를 빚은 하시모토의 ‘정치 쇼’라는 지적도 나온다. TV아사히에 출연한 한 평론가는 “하시모토가 이런 말도 안 되는 단체의 대표를 공식 무대에 올려 놓고 취재진을 부른 것 자체가 저질 코미디”라고 지적했다. 실제 하시모토가 대표로 있는 오사카유신회는 내년 봄 지방선거 때 오사카부 스이타(吹田)시 시의회 선거에 나설 후보로 38세의 재특회 전 회원을 공인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