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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고유 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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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술많이 마시는 민족으로 러시아 사람을 빼놓을수 없디. 가계비의 25%가 술값이다. 소련의 l년분 술값이 약3백50억말러(24조5천억원)에 이른다. 소련보건후생비 1년치와 맞먹는다.
우리도 어지간히 마셔댄다. 작년 술값이 약7천억원, 한가구당9만원씩 지출한 셈이다. 이 액수는 81년 사회개발예산 4천6백억원의 1·5배에 이른다.
그 엄청난 술값에 비해 주종이나, 술맛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그렇지 않아도 올림픽을 계기로 막걸리를 한국의 술로 내놓자는 안이 있었다. 그러나 애주가들의 반응은 환호보다는『글쎄?』 쪽이었다. 차제에 문공부가 민속고유술을 개발·보급한다니 귀가 번쩍 뛴다.
우리나라는 원래 술의 종류가 다채롭다. 단군신화에도 벌써 햇곡으로 신농주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기록이 확실한 우리의 고내주에는 약주류가 많고 대표적인것이 백전주다. 흰 아지랭이와같대서 붙여진 이름이다.
고려시대 이래 가장 애용되었다. 담그는 법은 백미 한말을 여러번 씻고 가루내어 끓는물 세병을 넣고 식혀 누룩가루 한되와밑술 한되를 섞어 독에 담근다.
사흘째 되는 날에 백미 두말을똑같은 과정을 거쳐 섞으면 7∼8일만에 익는다.
종이심지에 불을 붙여 독속에넣었을 때 불이 꺼지면 덜 익었고 불이 안꺼지면 다 익었다.알콜도수가 굉장히 높다.
푸른 파도와 같은 연파주, 푸르고 향기로운 벽향주, 누룩을 많이 쓴다해서 소곡주, 연꽃 향내가 나는 하향주, 밥풀이개미처럼 동동 뜬다는 부의주, 청명때 특히 술맛이 난다는 청명주, 끈기가 있다는 점주, 빚깔이 황금같다해서 황금주도있다.
그뿐인가. 사시주, 초향주, 순향주, 절주, 두강주, 별주, 방문주, 백화주, 석탄주, 법주등둥.
고급약주도 있다. 술맛도 좋고 더 맑다. 이름에는 중국의 영향을 받아 봄춘자가 붙는데 전라도여산의 호산춘, 서울약현의 축산춘, 또 이산춘, 벽향춘, 삼오주, 삼해주, 사마주, 일연주등.
빠르게 빚는다는 순내주가 있는데 날짜에 따라 일일주, 삼일주등이 있다. 탁한 술이 대부분여기에 속한다. 찹쌀누룩에 거의물을 쓰지않는 감주류가 있는가하면 잣, 측백나무열매, 포도등으로 빚는 과실주도 있다.
술에 독록한 향내를 내려고 꽃이나 잎사귀를 넣는 가향주는 코와 혀를 동시에 놀라게 한다. 도화주, 송화주, 연약주, 죽섭주, 국화주, 유자피주, 백화주, 두견주등이있다.
진달래꽃으로 담그는두견주는 누룩을 이슬에 맞혀 바래고 독에는 짚불연기를 자욱하게가둔다. 밑술과 덧술이 다 익으면진달래 꽃술을 빼고 꽃잎만 넣는데 14일이나 21일이 지나면 진달래 향취가 진동하는 두견주가 된다.
옛날과는 입맛이 많이 달라진지금 어떻게 현대감각에 맞는 술맛이 재현될지 궁금한 일이다. 또 이것은 민속주 보급의 관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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