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로 부활한 체르노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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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 폐허가 된 체르노빌 원전을 찾은 여행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원자로 폭발사고로 유명한 체르노빌이 우크라이나의 새로운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15일 보도했다. 3만여 명의 사망자를 낸 대형 참사가 발생한 지 19년 만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2002년 이곳을 관광객들에게 개방했다. 첫해에는 발길이 뜸했다. 그러나 지난해 870명이 방문했고 올해도 꾸준히 늘고 있다. 폐허가 된 원전과 인근 삼림 등 반경 30㎞를 둘러보는 1일 여행상품이 교통비와 식대를 포함해 200~400달러(약 20만~40만원)다.

이곳에는 당시 폭발이 일어났던 제4호 원자로를 비롯해 2000년까지 가동됐던 1~3호 원자로들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사고 수습을 위해 사용됐던 트럭.소방차.헬리콥터.앰뷸런스 등 장비 2000여 대도 남아 있다. 관광객들은 역사적 현장을 담아가겠다는 욕심으로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원전 주변의 초원 지역은 매우 아름답다. 생태계가 서서히 되살아나면서 멧돼지.늑대.새 등 야생동물들이 뛰놀고 있어 동물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잔존 방사능으로 인한 위험은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현지 가이드들의 이야기다. 치명적인 방사능 수치는 시간당 300~500뢴트겐이다. 그러나 이곳의 방사능 수치는 지역에 따라 15에서 수백 마이크로뢴트겐(뢴트겐의 100만 분의 1)에 불과하다. 그래도 가이드들은 여행객들에게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 것▶가능한 한 흙길보다는 방사능 농도가 낮은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위를 걸을 것▶건물 안을 둘러볼 때 아무것도 만지지 말 것 등을 당부하고 있다.

◆ 체르노빌 원전 사고=1986년 4월 26일 옛 소련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의 제4호 원자로가 폭발, 방사능이 누출됐다. 3만여 명이 사망했다. 어린이 61만 명을 포함, 232만 명이 방사능에 노출됐다. 사고 처리하던 근로자도 4000명 이상이 숨졌다. 방사능 낙진으로 우크라이나.벨로루시.러시아 등지에서 300만 명 이상이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렸다. 발전소에서 유출된 방사능 구름은 유럽 전역으로 퍼져 유럽을 공포에 몰아넣기도 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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