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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대학 가야한다〃…집안 관심에 불안|공부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 생각토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문】이제 새 학기가 되면 고3년생이 되는 남학생입니다.
앞으로 1년 후엔 대학입시를 치러야하고 집에서는 제방을 따로 주기 위해서 방을 만들고 전축을 사주고 야단들입니다.
마치 전투태세에 들어갈 전선의 군인을 보듯이 온 가족의 관심과 근심의 초점이 제게로 쏠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한술 더 떠서 저의 아버지는 장남에 장손이어서 제 밑으로 사촌동생들이 줄줄이 있으니 제가 좋은 학교에 합격해야 체면이 선다는 것을 은연중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 아직 공부가 재미있어서 해본 적이 없습니다.
성적도 중간정도밖에 안되고요. 그런 건 그렇다하더라도 책을 들고 앉으면 정신이 흐트러져서 도무지 집중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이유 없이 불안하고 초조해서 밤에 잠도 안오고 미칠 것만 같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우리 동네에 산다는 어느 여고생과 제 동생 친구 여고생 하나가 제게 자꾸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하는데요.
이 사실을 어머니가 아시고는『이성교제는 대학에 가서 하라』고 절대엄금을 선포하셨습니다.
이러다간 뭐 한가지 제대로 안될 것 같습니다.
어디로 도망가서 사라지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요?

<서울 y고생>
【답】그렇게 좋은 환경 속에서 가족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면서 공부만 하면 되는 Y군은 정말 복이 넘치는 행복한 고민거리를 얘기하는 것 같군요.
아무리 공부가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불우한 환경에 처한 친구들, 많은 근로소년들을 한번쯤 생각해 보았나요? 그렇게 축복 받은 환경 속에서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Y군, 좀 반성을 해야겠네요.
그리고 여학생 교제는 그냥 친구로 사귀면 되는 것이고, 불안·초조 같은 것은 누구나가 한번쯤은 경험하고 나서 어른이 되는 것을 알아야겠어요. 공부만 1년 죽어라 하면 되는데 무슨 걱정이겠어요? .
박현령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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