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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심리」의 불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전두환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통해 제창한 「3대 부정적 심리 추방운동」을 실천하는 갖가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가 검토중인 방안에는 중간 관리층 공무원의 부패추방운동 적극화, 줄서기, 차선과 신호 지키기 등의 중점계도를 비롯해서·사기업체의 금품수수 등 부조리 추방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연설에서 3대 부정적 심리의 으뜸으로 부패를 꼽은 전대통령은 모든 부패의 근원을 정치부패라고 지적한 바 있다.
부패정치가 부패경제·부패행정·부패사회를 낳게 했다는 사실은 해방 후 우리 정치사가 분명하게 증명하고 있다.
정치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한다는 구실아래 정치인들이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심지어 치부나 자신의 영달 수단으로 삼으면서도 털끝만큼의 양심적 가책도 느끼지 않았다는 것이 우리의 적나라한 현실이었다. 부패한 곳은 아무리 덮으려해도 냄새가 나는 법이며 도덕적으로 타락한 정부가 마침내 국민의 버림을 받고 만다는 것은 역사가 교훈하는 바다.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의 부정·부패는 눈감아주면서 이른바 서정쇄신이란 이틈의 관기 숙정작업이 설득력을 가질 수 없었음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역대정권은 부정·부패를 추방하겠다고 다짐했으며 특히 제3공화국은 집권공약의 하나로 부패의 척결을 내세웠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부정·부패를 없애겠다고 기치를 높이 들었지만 변변히 칼자루 한번 놀려보지 못한 부패란 괴물 앞에 도리어 먹히고만 사실을 우리는 똑똑히 묵도했다. 정부가 식언을 일고 자신도 지키지 못하면서 국민들이 지키기를 강요할 때 불신풍조는 미만하고 끝내 통치력은 한계를 드러내고 만다.
역사를 교훈 삼아 실패를 결코 되풀이하지 않아야만 그 민족은 슬기로운 민족으로 번영을 구가할 수 있다.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사정당국이 각종 부조리와 비리를 일소하고 정의로운 사회, 모든 국민이 서로를 믿고 동참하는 사회를 이룩하는데 보여준 성실성은 높이 평가할만한 일이었다. 권력형 부정· 부패에 대해서는 가차없는 숙정의 메스가 가해졌으며, 공직자사회의 부조리를 일소하기 위한 갖가지 법적·제도적 장치가 강구되고 있다. 사정협의회의 월례화, 공무원 윤리강령의 제정, 국가 전반에 걸친 청렴도와 정화도의 측정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렴한 국정을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모든 국민의 의식 속에 자리를 잡는 일이다. 정부가 아무리 부정·부패의 추방을 다짐한다해도 국민 모두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체질화되다시피 한 부패의식을 말끔히 씻어버리지 않는 한 그 실효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부정·부패란 병균은 치료나 투약이 집중적이고 강력할 때는 잠복하거나 고개를 숙였다가도 조그마한 틈만 보이면 다시 활개를 치는 속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 사회를 좀먹는 부패란 병균이 독소를 내뿜지 않도록 하는 방안은 권력층의 끊임없는 자기가편이며 사회정화를 위한 꾸준한 노력인 것이다.
지금 우리의 실정으로 부패추방 운동은 집권세력이 주도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고 효과적이겠지만, 어느 단계에 이르면 국민이나 민간 스스로의 힘으로 추진되고 주도되는 것처럼 바람직한 일은 없다. 한 사회의 도덕적 수준이 부패를 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때라야 비로소 부패추방 운동은 국민의식 속에 뿌리를 내리기 때문이다. 그런 뜻에서 부정부패를 고발하는 행위가 칭송과 박수를 받는 풍토부터 조성되어야 한다. 조그만 비리라도 묵인하지 않을 만큼 시민들의 고발정신이 투철하고 도덕수준이 향상될 때 부정·부패는 이 사회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전대통령의 말대로 깨끗한 나라, 깨끗한 사회를 만드는 길은 단속이 없어도 부패가 일어나지 않고 유혹이 있어도 부패를 범하지 않는 풍토부터 이룩된 뒤라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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