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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여권 분란, 본질을 직시하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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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여권 내 분란이 끝이 없다. 4.30 재.보선에서 완패한 이후 인터넷을 통해 '난닝구(실용파)와 빽바지(개혁파)' 논란을 벌이더니 급기야 막말 수준의 공방을 벌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문제는 '그들만의 싸움'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 청와대와 총리실, 당 내 여러 파벌이 모조리 이 싸움판에 몰입해 민생과 경제를 외면하는 형국이니 국민은 화가 날 수밖에 없다.

5월 말에 당정쇄신론이 제기된 것을 시작으로 이해찬 총리와 열린우리당 간부 간 측근 논쟁, 염동연 상임중앙위원의 당직 사퇴로 이어졌다. 이제는 호남 역차별론과 민주당과의 합당론이 나오는가 하면 호남 의원 탈당설에 고건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정계 개편설 등 온갖 시나리오와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집권 말기에나 나타나던 여당의 자기분열 증상이 너무 일찍 찾아왔다. 그런데도 갈등의 종착점은 보이지 않는다. 바로 이 대목에 여권 위기의 본질이 있다.

정당에서 노선이나 정책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는 것은 탓할 일이 아니다. 권력투쟁과 주도권 싸움도 어느 정당에서나 늘 있어 온 것이다. 그러나 지금 여권 갈등이 심상치 않은 것은 그 본바탕에 상대방에 대한 감정적 불신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상대방을 향해 "당에서 나가면 화장실에서 웃을 의원이 많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이다. 입장을 달리하는 의원들을 향한 무지막지한 인터넷 비난 공세, 의원 총회장 등에서 상대방 의원에 대해 퍼붓는 인신모욕적 비아냥, 나만이 옳다는 선민의식적 태도 등에 대한 절망과 분노 등이 얽히고 쌓여 오늘의 '콩가루 집안'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여당은 이 추한 싸움을 언제까지 계속할 참인가. 국민은 이제 넌더리가 날 지경이다.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는 더 이상 "다양성" 운운하거나 말로만 "단합"을 외치는 것으로 호도하지 말라. 당내에 가득찬 감정적 불신을 과감히 털어내는 특단의 지도력을 발휘하든지, 안 되면 차라리 각자 분명한 입장을 선택하는 게 당과 국민의 고통을 줄이는 길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