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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관한 인생"여자,금순'… 드라마보다 더 재밌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제는 낯익은 놀이가 된 영화 포스터 패러디는 물론이고, 잡지표지나 기사형식까지 총동원한 인터넷 패러디 잡지가 등장해 네티즌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한 영화잡지의 제목을 살짝 비튼 '재밌네21'(www.imbc.com/broad/tv/drama/dramafun/fzine)이 그것.

현재 한 방송사 홈페이지의 드라마 관련 코너에 연재되고 있는 이 잡지는 플래시 프로그램을 이용해 마치 전자책처럼 책장을 넘기면서 볼 수 있도록 구성돼있다.

패러디의 주대상은 해당방송사의 드라마들이다. 젋은 네티즌들에게 인기를 끈 드라마 '신입사원'의 주인공 강호는 영화 '달콤한 인생'을 패러디한 '달관한 인생'으로, 강호의 숙적 이봉삼은 역시 같은 포스터를 패러디해 '비굴한 인생'으로 대비시키는 식이다.

이런 패러디 포스터 아래에는 마치 영화잡지의 20자평처럼, 왕년의 인기 드라마 주인공 이름으로 한줄평을 달아 흥미를 더한다.

예컨대 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의 경우 패러디물 '어린 제수'(영화 '어린 신부')에는 드라마 '인어아가씨'의 주인공인 아리영.은예영.이주왕 등이, 패러디물'여자, 금순'(영화 '여자, 정혜)에는 허준.예진아씨 등이 등장해 의학적 소견을 가장한 촌평을 하는 식이다.

금순이 재희에게 녹차를 쏟는 장면을 패러디한 '여자, 금순'에 "허준- 엽기적인 영화! 화상에는 된장이 최고! 된장을 바르시오!"라는 20자평을 다는 식이다.

영화리뷰의 형식을 빌려온 패러디 뉴스 글도 있다.

'구재희, 금순일 포기할 수 없다'라는 제목으로 지난달말 올라온 뉴스는 10일 현재 무려 13만3천여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뉴스에는 개봉일정 및 상영관 안내, 시놉시스, 재밌네21 리뷰, 재밌네21 20자평에 네이버의 '나도 한 마디' 형식을 그대로 쓴 댓글들까지 만들어 달아 놓았다.

이런 재기발랄한 패러디를 만드는 주인공은 광주광역시에 사는 신연식씨.

드라마 '대장금'을 마치 여성잡지처럼 꾸민 패러디물'궁녀센스'를 만들었던 장본인이다.

신씨는 기자와 주고받은 이메일에서 "방송사가 이벤트 상품으로 내걸었던 '대장금' DVD를 받고 싶어서 패러디물을 만들었다"고 계기를 소개했다. "당시 '월간궁녀'라는 잡지 표지 패러디가 인기를 끌 때였는데, 진짜 기사까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에 스포츠신문 연예기사 형식으로 꾸며본 것이 그만 히트를 치고 말아 놀랐다"고 한다.

'대장금'의 열성팬이었던 그가 '내시도 선택하는 고감도 궁녀지'라는 감각적인 선전문구를 동원해 만든 '궁녀센스'는 네티즌들의 접속이 폭주해 한때 방송사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열광적인 반응은 네티즌뿐 아니라 방송사 고위 경영진의 눈길도 사로잡았다. MBC측은 지난해말 '드라마펀'코너를 만들면서 신씨에게 콘텐트를 맡기는 계약을 맺었고, 덕분에 드라마 팬 입장에서 취미로 제작하던 패러디가 일이 됐다.

신씨는 패러디잡지'재밌네21'의 제목에 대해 "영화잡지'씨네21'을 패러디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웃기네21''좋네21''쥑이네21'등 여러 가지를 놓고 궁리끝에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용 역시 "'씨네21'의 형식을 빌어 한 드라마씩 집중 포스터를 만들고, 드라마의 일부를 영화처럼 각색했다"고 한다. 자신의 글을 "허접하다"고 낮춰 말하는 그는 "허접한 글을 재미있게 읽어주시는 고정팬들이 있어 좋다"고 네티즌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밤낮없이 드라마에 빠져 사는 '폐인'은 아니라고 한다. 요즘 즐겨보는 드라마는 '굳세어라 금순아'와 '내 이름은 김삼순'정도다.

"예전의 '허준'이나 '대장금'처럼 한 회라도 놓치면 안되는 재미있는 드라마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바램이다. 신씨는 나이.이력 등 신상 공개는 공개를 거부했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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