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믿음 … 수원 삼성 춤추게 한 서정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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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프로축구 수원 삼성이 시즌 막바지에 접어든 K리그 클래식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시즌 초만 해도 비관적인 전망에 시달렸지만 끈끈한 경기력으로 정규리그 1위를 놓고 경쟁 중이다. 이성과 감성을 적절히 활용해 선수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서정원(44·사진) 감독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

 수원은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큰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다. 수원이 줄인 비용의 대부분은 선수 인건비다. 1년에 300억 원을 넘게 쓰던 시절이 있었던 수원은 내년 운영비를 200억 원대 중반까지 낮출 예정이다.

 ‘허리띠 졸라매기’에 처음 나선 지난해 수원은 적잖은 부작용에 시달렸다. 고액 연봉을 받는 주축 선수 상당수가 팀을 떠나 경기력 저하 현상이 나타났 다. 끝을 모르고 추락하던 수원은 올 시즌 젊은 지도자 서정원 감독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저력을 회복했다. 시즌 초반 11위까지 떨어졌던 순위는 17일 현재 선두 전북(62점)에 승점 5점 뒤진 2위까지 올라섰다. 7경기를 남겨두고 있어 역전 우승 가능성도 있다.

 감독 2년차인 서정원 리더십의 키워드는 ‘소통’과 ‘신뢰’다. 잠재력을 확인한 선수는 부진하더라도 꾸준히 뛸 기회를 준 뒤 믿고 기다렸다. 때로는 선수의 부활을 돕기 위해 라인업이나 전술도 과감히 바꿨다. 선수들과의 면담에선 담백하고 진솔한 조언으로 용기를 줬다. 공(功)은 제자들에게 돌리고 과(過)는 자신이 짊어지는 언행으로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올 시즌 입단한 브라질 공격수 로저(29)다. 시즌 초반 K리그와 한국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고전했지만 꾸준히 최전방에 기용한 서 감독의 뚝심 덕분에 경기력을 회복했다. 7월에야 첫 골을 넣은 그는 이후 석 달 동안 6골을 추가하며 수원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지난 6일에는 FC 서울과의 수퍼매치(1-0승)에서 결승골을 터뜨려 수원의 수퍼매치 3연패도 끊었다. 16일 경기도 화성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로저는 “브라질 사람들은 존경받는 지도자를 ‘아버지 감독’이라 부른다. 서정원은 전형적인 아버지 감독이다. 좋은 리더이자 대화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서 감독은 자신을 가르친 스승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1990년대 올림픽 대표팀에서 연을 맺은 독일인 디트마르 크라머(89) 감독으로부터 선수 심리를 읽는 법을 익혔다. 김호(70) 감독님께는 프로 선수들이 지켜야 할 덕목을, 조광래(60) 감독님께는 열정의 중요성을 배웠다 ”고 말했다.

화성=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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