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꿈나무] 슬픔 겪은 사람들이 더 큰 사랑 베풀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상수리나무집 사람들
공선옥 지음, 이형진 그림, 어린이중앙, 184쪽, 8500원

탈북자와 외국인 노동자, 일본과 중국의 역사 왜곡, 노블레스 오블리주 등 우리 사회의 현안과 상처들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다루는 동화 시리즈 '꽃보다 아름다운 우리'의 첫 작품.

고단한 삶, 그로 인해 고통받는 여성들의 모습을 실감나게 다뤄 온 소설가 공선옥씨가 첫 작가로 나서 위안부 할머니 옥주와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구성지고 절절하게 전한다. 우연히 만나 한 식구가 되는 옥주 주변의 인물들은 한결 같이 상처가 깊은 사람들이다. 장님 길수와 아들 별이는 오갈 데 없이 떠돌다 솔밭골로 흘러들었고, 기둥서방에 의해 거의 강제로 떠맡겨진 영희는 '양공주' 출신, 영희의 딸 송이는 혼혈아다. 상처의 깊이로야 누구보다 더할 테지만 옥주는 그들을 아들.딸, 손주라도 되는 양 보듬어 안는다.

깊은 슬픔을 겪은 사람이 얻게 되는 '힘센 따뜻함' 때문에 그런 사랑과 포용이 가능하다는 게 공씨의 생각이다. 학원에서 학원으로 쫓겨 다니며 일찌감치 경쟁 대열에 내몰리는 아이들에게 그늘진 구석의 얘기가 낯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위안부 할머니의 끔찍한 경험을 동화라는 순화된 방식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책은 뜻깊다. 익살맞고 따뜻한 이형진씨의 그림도 보기 좋다.

신준봉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