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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시, 이대로 좋은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도대체 이런 대학입시풍경이 이 세상 어디에 또 있을까. 지난13일, 입학원서점수를 마감한 각대학의 접수창구는 문자그대로 도박판과 같았다고 신문들은 일제히 보도하고있다.
57만명에 이르는 지원자의 거의 대부분이 심한 눈치작전을 벌였으나 서울대 비롯한 몇몇대학은 끝내 모집단위별로 미달사태까지 낳고말았다.
눈치를 살피기 위해 온가족과 승용차에 워키토키까지 동원되는 진풍경이 벌어졌는가하면 미달과에 원서접수를한 수험생에게는 성급한 합격축하인사가 오가기도했다.
더우기 점수마감시간을 자정까지로 연장한 당국의 조치는 끝까지「눈치」에 충실했던 학생들만 이익을 보게한일이라해서 심한 반발을 샀다. 접수마감시간을 갑자기 연장한것은 그 이유가 어디있든 항의자들의 말대로 눈치작전을 오히려 조장한 조치이기도 했지 현행 대입제도가 안고 있는 비교육적 결함에 비긴다면 한낱 빙산의 일각이라는 생각이 든다.
거의 해마다 변경되고 보완된것이 우리의 교육제도였다. 특히 지금의 대학입시제도는 과외를 일소하기 위한「7·30교육개혁」의 후속조치였음은누구나 아는 일이다. 새제도시행 첫해인 작년의 갖가지 말썽을 보완하기 위해 무제한복수지원을 2개 대학만으로 제한하고 추가모집등 미달에 대한 대비책도 세워놓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작년을 무색케하는 「눈치작전」의 대혼란극이었다.
대부분의 입시상담교사들은『자신있는 지도를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이런 제도밑에서 자신있는 지도를 했다면 그것이 도리어 거짓말일것이다.
안전위주로 지원해야한다고 하더니 하향지원이 많아지자 이번에는 너무낮추지만 말라는 충고가 오히려 설득력을 갖는다. 기준이 모호하니 어느것이 참다운 충고인지, 충고나 조언을하는 사람도 모를수밖에 없다.
건국후 우리가 시험해본 여러제도 가운데 그래도 가장 합리적인것은 경쟁입시제도라는 점은 본란이 이미 누차 지적한바다. 자신이 구상하는 장래설계에 맞추어 자신의 실력에 맞는대학을 선택, 실력껏 겨뤄보는 것이 수험생의 입장에서도 헐씬 떳떳한 일일것이다.
뿐만 아니라 과거의 제도로 돌아가는것이 후신일수는 없다. 어떤 제도를 택하건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다. 문제는 어느제도가 보다 교육의 목적에 충실할수 있느냐에 있는 것이다.
대부분 수험생들이 눈치나 요령으로 진로를 결정하는 현행제도의 모순이 이처럼 명백해진 이상 보다 나은 방안이 무엇인가를 찾아 한해라도 삘리 궤도수정을 하는것이 정부의 실무일 것이다. 경쟁입시제가 그래도 나은 방안이라면 이의 시행을 주저할 이유를 찾을수 없다.
그러나 제도의 근본적전환을 논의하기에 앞서 문교부가 더늦기전에해야할 일이있다. 제도개혁은 앞으로 1주일후 학교·학과의 최종적인 선택을 눈앞에 두고있는 수험생들에게 아무런 관계가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문교당국이 올해의 수험생들을 위해 당장 할수있는 일은 무엇인가. 그것은 다름아닌 성적공개다. 입시원서를 내면서 응시자들이 암중모색을 했고 22일 다시 암중모색을해야하는데 이처럼 이중의 고통을 주는 이유는 결국 성적공개를 않는데있다고 본다. 성적을 공개하는데 따른 부작용은 안다. 대학별로 지원자의 성적분포를 공고하면 미달의 원인이된다해서 비공고원칙을 정했다고 들었다.
그러나 오늘의 부작용이 성적공개에 따른 부작용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싶다. 중앙일보는 수험생·학부모들에게 그나마 실마리를 찾아주기 위해서 점수의 추적취재까지했었다..
성적공개를 꼭 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런 입시풍경이 다시는 재연되지 않도록하는 보다 근본적인 방안이 강구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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