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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50시간, 주유소 30시간 '투잡' 시간·소득 합산해 국민연금 가입 허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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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시간제 근로자 김모씨는 편의점에서 한 달에 50시간 일하고, 주유소에서 30시간 근무한다. 그러나 어느 쪽에서도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없다. 한 직장에서 월 60시간 이상 일한 사람만 의무 가입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김씨도 앞으로 직장 두 곳에서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또 고용보험도 중복 가입해 일자리를 잃었을 때 지금보다 더 많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시간제 근로자의 근로시간과 소득을 합산해 각종 사회보험을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15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와 여성고용 후속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를 확대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부터 2017년까지 4603명의 공무원을 시간선택제로 뽑기로 했다. 이들은 전일제 공무원과 똑같이 공무원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 또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하기 위해 기업이 어린이집을 지어 기부채납하면 기업 직원의 자녀가 해당 어린이집에 먼저 들어갈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시간선택제 근로자가 사회보험이나 퇴직급여 등 기본 근로조건에서 불합리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대책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여러 직장의 근로시간을 합산해 월 60시간이 넘으면 직장 가입자가 될 수 있도록 했다. 연금보험료는 두 곳의 봉급을 합산해 산정한다. 노후 대비를 더 많이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고용보험도 중복가입이 허용된다. 만일 완전 실직을 하면 두 곳의 합산 임금에 따라 실업급여(원래 봉급의 50%)를 받을 수 있다. 지금은 주 사업장에서만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산재보험도 이전에는 재해가 일어난 사업장의 봉급을 기준으로 보험급여를 받았지만 앞으로는 합산한 봉급을 기준으로 적용이 된다. 현재 국민연금과 고용보험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절반씩 보험료를 내고, 산재보험은 사용자가 전액 부담한다. 제도 개편으로 두 개 이상의 일자리를 가진 시간제 근로자는 혜택을 보지만, 기업의 부담은 늘어난다. 당장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성명을 내고 “사회보험 부과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조치”라며 “실효성과 부작용을 고려해 원점에서 재검토해 줄 것을 강력히 제안한다”고 밝혔다.

 직장 두 곳 중 한 쪽에서만 일자리를 잃었을 때 실업급여를 지급해야 하느냐도 논란거리다. 일단 고용부는 “두 곳 모두 다 일자리를 잃었을 때만 실업급여를 준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행 고용보험법의 취지로 볼 때 한 사업장에서 실직자가 됐을 때 실업급여를 지급하지 않을 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관련 법령이 명확하게 정비되지 않는다면 일을 하면서도 부분 실업에 따른 급여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두 곳에서 모두 일자리를 잃었을 때만 실업급여를 준다면 고용보험료를 이중 부담해야 하는 근로자가 굳이 여러 회사에서 고용보험에 가입할 유인이 줄어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지금처럼 주 사업장에서만 고용보험에 드는 것을 선호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산재보험도 마찬가지다. B사에서 산재를 당하면 A사의 평균임금을 합산해 보험금을 지급토록 했다. 이렇게 되면 여러 개 직장을 가진 전문직 시간제 근로자가 산재를 당했을 때 산재급여가 크게 올라갈 수 있다.

김기찬 선임기자, 세종=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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