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놀룰루」시의 한인양로원 찾아|초기에 이민 온 할머니들을 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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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하와이 호놀룰루 시 릴리하가 1526번지 한인양로원.
1929년 고 이승만대통령이 설립한 이곳은 미 주 유 일의 한인양로원으로 현재 27명의 노인이 살고 있다. 이중 20명이 한국인으로 이들 대부분이 1900년대 초 이민선을 탄 초기 이민들.
최고령자인 김재근 할머니는 올해 1백7세로 1903년 제2차 이민선「콥틱」호를 탔는데, 벌써 10년 넘게 이곳에서 살고 있으며, 그의 딸「애니」이 여사가 이곳 직원으로 일하면서 노모를 돌보고 있다.
원장「살로미」한 여사는『5살 때인 1912년 가족과 함께 이곳에서 감리교목사로 일하고 있던 선친 최진태 목사를 찾아왔다』고 하니 올해로 이민경력 70년.
이승만 박사가 세운 한인기독학원 출신으로 간호대학을 나와 하와이 퀸즈 병원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한 여사는 지난 55년부터 59년까지 서울 메디컬센터 간호원장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지난 72년 부임, 올해로 10년째 원장 직을 맡고 있는 한 여사는『남은 여생을 이곳 일에 바칠 각오』로, 앞으로는 한국노인만을 수용, 순수 한인양로원으로 운영해 나가겠다고 계획을 말했다.
이곳에 사는 김봉윤 할머니(88)는 사진결혼으로 하와이에 이민 온 케이스. 19l4년 일본 배 고려 환을 타고 온 김 할머니는 고향이 경남 진주라는 것만을 말할 뿐. 노령으로 옛날 일을 거의 기억하지 못했다.
이곳 노인들의 1인망 생활비는 매월 7백 달러. 주로 주정부예산에서 지출하고, 간혹 기부를 받기도 한다. 지난번 전두환 대통령 방미 때 대통령영부인 이순자 여사가 이곳을 방문하고 돌아간 뒤『한국에서도 기부의 뜻을 전해 오는 기관·단체들이 늘고 있어 매우 반가운 일』이라고 한 여사는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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