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같은 양 줄이더라도 비용은 한국이 EU의 2.5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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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가정용 전기요금은 30%, 산업용 천연가스 요금은 50% 더 받아야 한다'-.

미국이 교토의정서에 가입할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 2010년의 에너지 요금 차이다. 미국의 컨설팅 회사 ICCF가 추산한 것이다. 물론 가입했을 때 요금이 높다.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2) 등 온실가스를 줄이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이처럼 에너지 요금이 폭등하리란 우려 때문에 미국은 2001년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했다.

교토의정서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클 전망이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비용이 미국.유럽보다 많이 들기 때문이다. 호주 APEC연구소가 11일 밝힌 추정치에 따르면 온실가스 속의 탄소 1t을 줄이는 비용이 유럽연합(EU)는 평균 200달러, 미국은 350달러, 일본은 600달러이며, 한국은 500~550달러일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전력은 우리가 교토의정서에 가입해 2013년부터 감축 의무를 질 경우, 그 해 당장 전기 요금을 두 배로 올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분석하고 있다.

앨런 옥슬리 호주 APEC 연구소장은 "한국은 중화학공업 의존도가 커서 에너지 소비가 많은 데다, 에너지 효율도 높아 감축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이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게 되면 생산 비용이 급격히 증가해 중국 등과의 수출 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교토의정서에 가입한 일본은 우리보다도 감축 비용이 더 든다. 때문에 산업계에서는 생산비 상승을 감당할 수 없다며 정부 등에 탈퇴하자는 압력을 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축 비용이 일본의 3분의 1인 EU는 상대적으로 느긋한 입장이다. 하지만 EU도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다. 감축이 쉬운 독일.영국은 교토의정서를 철저히 지지하고, 효력이 끝나는 2012년 이후도 이를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지난해 11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제 1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2013년부터는 교토의정서를 따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개도국들도 교토의정서에 반대한다. 이제 경제 발전을 이뤄가면서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시작한 개도국과, 그간 잔뜩 내뿜은 선진국이 비슷한 감축 의무를 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옥슬리 소장은 "교토의정서가 에너지 가격과 경제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도 각국의 환경 담당 관료들만이 교토의정서 관련 논의를 주도했다"면서 "앞으로는 경제 전문가들도 함께 참여해 세계 경제 성장과 환경 보호를 동시에 고려한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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