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청 대상, 내란·살인 등 중죄만 해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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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카톡) 감청 논란에 대해 검찰은 “사이버 허위사실 유포(명예훼손) 범죄 수사가 카톡 대화 내용에 대한 실시간 감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적극 해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수사기관이 카톡 대화 내용을 강제로 확보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형사소송법에 근거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는 것과 통신비밀보호법에 규정된 통신제한조치 허가서(일명 ‘감청영장’)를 집행하는 것이다. 압수수색은 범죄가 의심될 때 사후적으로 증거를 수집하는 것인 반면 감청은 미래의 범죄에 대한 예방적 조치라는 점에서 결정적 차이가 있다. 통신사 등의 DB에 담긴 것을 복사하는 방식은 압수수색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범죄 수사는 압수수색을 통해 과거 범죄 혐의를 찾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집시법 위반 혐의로 카카오톡 대화내용이 수사기관에 넘어간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의 경우도 여기에 해당된다.

이에 비해 감청은 문자 메시지, 통화 내용을 실시간으로 빼낼 수 있어서 허가 요건이 엄격하다. 적용 범죄도 형법상 내란, 외환죄, 통화에 관한 죄, 살인·체포·감금, 마약류 위반 등 10여 개 중죄에 적용된다. 검찰의 허위사실 유포 수사와 관련 있는 형법·전기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는 감청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감청은 전기통신(전화, 전신, 팩스, 카톡 등)을 송신과 수신이 되는 순간에 가로채는 ‘현재성’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감청 영장은 향후 범죄 단서를 확보할 가능성이 클 때 주로 이용된다. 현실적으로 감청영장은 발부요건은 엄격하지만 한 번 받아놓으면 최장 두 달간 사용할 수 있는 편리성도 있다. 서울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지금까지 카톡 측에서 감청영장을 제시받고 대행해준 감청이란 게 사실은 압수수색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감청영장이 이런 방식으로 집행돼 온 게 사실이라면 법원이 발부에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카톡 대화내용을 감청할 수 있는 장비를 수사기관이 갖고 있느냐는 문제도 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13일 법무부 국정 감사에서 “카톡을 실시간 감청할 수 있는 기술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장비가 개발되면 (실시간 감청이)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봐야 한다”고 답했다.

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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