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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골로는 부족했다 … 웃지 못한 이동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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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베테랑 공격수 이동국(가운데)이 대표팀 최고참 역할을 다했다. 이동국은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에서 전반 46분 개인 통산 A매치 33호 골을 뽑아냈지만 한국은 1-3으로 졌다. 사진은 발리슛을 시도하고 있는 이동국. [뉴스1]

의미 있는 득점포를 터뜨리고도 이동국(35·전북)은 경기 후 웃지 못했다. 팬들을 향해 두 손 높이 올려 박수를 쳐주며 감사의 뜻을 전했지만, 표정은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14년 동안 쌓인 악연은 그토록 질기고도 깊었다.

 한국은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북중미 강호 코스타리카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1-3으로 졌다. 0-1로 뒤진 전반 종료 직전, 이동국이 터뜨린 골이 득점의 전부였다. 전반 38분과 후반 2분에 셀소 보르헤스(26·AIK)에게 연속골을 내준 데 이어 후반 33분에 수비수 오스카 두아르테(25·클럽 브뤼헤)에게 추가 실점했다. 울리 슈틸리케(60)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한국은 10일 파라과이전에서 2-0으로 승리했지만 코스타리카에 완패하며 기대와 우려를 함께 남겼다.

 승부는 압박과 역습의 완성도에서 갈렸다. 코스타리카는 브라질 월드컵 8강의 원동력인 끈끈한 압박과 파괴적인 역습으로 수준 높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한국 선수가 볼을 잡을 때마다 주변 2~3명의 선수가 신속하게 에워싸 패스 루트를 차단했다. 볼을 빼앗은 직후 군더더기 없는 패스와 돌파로 곧장 위험지역을 파고들었다. 강한 체력을 앞세운 왕성한 움직임도 인상적이었다.

 코스타리카의 수준 높은 경기력에 고전하던 한국은 먼저 실점했다. 전반 38분 코스타리카 공격수 브라이언 루이스(29·풀럼)가 위험지역에서 머리로 떨궈준 볼을 보르헤스가 오른발 땅볼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루이스와 보르헤스는 후반 2분에 콤비 플레이로 또 한 골을 보탰다. 후반 32분에는 코너킥 상황에서 루이스가 왼발로 올려준 볼을 공격에 가담한 두아르테가 머리로 받아넣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0-1로 뒤진 전반 종료 직전 이동국이 터뜨린 동점골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손흥민(22·레버쿠젠)이 상대 오른쪽 측면을 파고든 후 시도한 땅볼 크로스를 정면에 있던 이동국이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득점에 성공했다. 통산 103번째 A매치에 나선 이동국의 33번째 골이었다.

 이동국은 누구보다도 코스타리카전을 기다려왔다. 세 차례 맞대결에서 한 번도 웃으며 경기를 마무리하지 못한 원한 때문이다. 2000년 첫 맞대결에서 A매치 데뷔골을 터뜨렸지만, 2-2로 비겨 빛이 바랬다. 이후 2002년(1-3패)과 2006년(0-1패) 두 차례 평가전에 교체 출전했지만 골맛을 보지 못했다. 이번 경기에서 이동국은 고대하던 득점포를 가동했지만, 또 한 번 팀 패배로 분루를 삼켰다.

 한국은 여러 차례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전반 43분 김민우(24·사간 도스)의 호쾌한 왼발 슈팅이 크로스바를 때렸고, 후반 종료 직전 기성용의 골이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는 등 운이 따르지 않았다. 경기 후 슈틸리케 감독은 “전반적으로 우리 선수들이 너무 점잖게 플레이했다. 공격수들의 압박이 느슨했고, 수비수들은 상대 선수들을 타이트하게 묶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대표팀은 11월 두 차례의 A매치(14일 요르단전·18일 이란전)를 치른 뒤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본선 대비에 나선다. 대회 개막을 2주 가량 앞둔 12월 말 호주로 건너가 전지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축구협회는 이광종(50) 감독이 지휘봉을 잡을 2016 리우 올림픽 대표팀(21세 이하 대표팀)과의 합동 훈련도 고려 중이다.

송지훈·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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