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남해안서 가장 깨끗한 소고포 굴양식장-통영군 한산면 염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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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나라에서 첫 청정해역(청정해역)으로 지정된 곳(74년7윌5일), FDA(미국식품의약국)가 1급 수질지역으로 인정해 해마다 조사단이 파견되는곳, 한미패류위생협정에따라 수출용 냉동굴을 생산하는 곳, 남해안에서도 가장 깨끗한 양식장-.
경남통영군한산면염호리 소고포(소고포) 마을이 보유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타이틀이다.
충무에서 뱃길로 40여분. 47가구 2백34명의 주민이 사는 작디작은 이 어촌은 마을 앞바다가 유리알같은 청정해역인 덕분에 오늘의 부를 이룩했다. 『굴만 파서 집집마다 5백만원씩 번다카모 남해안에선 우리마을이 제일 유명하다 아입니까.』
어촌계장 김기석씨(44)는 5. 6년 전만해도 경작지라곤 17.7ha밖에 없어 농사일도 신통치 않았고 고기잡이배 1척이 없어 황금바다를 그대로 놀렸던 가난한 섬이었다고 한다.
임신왜란때 3도수군통제사가 있던 제승당에서 불과 1.5km 떨어진 이 마을은 당시 군용소금을 생산했다해서 「염개」「소금포」라고 불리다가 오늘날의「소고포」이름이 붙었다.
가난과 한숨이 저렸던 소고포가 굴많은 소고포로 변한것은 지난 76년부터였다.
74년 우리나라에서는 첫 청정해역으로 이마을을 포함한 한산만·거제도일대가 지정되면서 양식업의 보고(보고)로 성장했다.
특히 굴양식의 경우 우리나라의 연간생산량 1만5천t 가운데 한산만일대에서 3천∼4천t을 수확, 20∼25%를 차지하고 있다.
10년전만 해도 굴양식 방법을 몰라 바닷속에 서식하는 천연굴을 채취하는것이 고작이었던 소고포에서는 73년 수산청으로부터 1천3백90만원의 굴양식 지원자금을 받아 마을앞바다 10여ha에 주민공동으로 수하식(수하식)양식장을 설치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굴은 쉽게 자라지 않았고 적조(적조)나 청수(청수)현상등 해양변화로 폐사하기 일쑤여서 74년 10t, 75년 12t의 수확이 고작이었다.
가구당 소득도 40만∼50만원밖에 안돼 굴양식은 굶어죽는 양식이라는 소리까지 나왔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의 집념은 쉽게 꺾이지는 않았다.
낮으로 바다를 보살피면서 밤에는 머리를 맞대고 양식장의 효과적인 관리등 양식법을 익혔다. 수산청등 관계기관을 쫓아다니며 전문적인 기술도 배웠고 새로운 장비구입에 드는돈을 마련하기위해 군과 도로부터 빚을 얻는데도 열성적으로 매달렸다. 양식장도 40ha로 늘었다.
이들의 눈물겨운 노력에 바다는 보답을 잊지 않았다. 76년의 굴수확이 종전의 10배나 되는 1백5t으로 늘어난것.
가구당 소득도 같은 비율로 늘어 3백53만2천원을 기록했다. 78년에는 4백23만원, 79년 4백80만원, 그리고 올해에는 5백만원을 넘어섰다.
협력사업으로 이같은 부를 이룬 주민들은 양식장 작업선도 27척이나 마련했고 작업사3동, 공동구판장, 마을회관도 꾸몄다. 11월말현재 마을공동재산은 5천8백50만원.
정기여객선도 닿지않는 이마을에는 간이상수도와 전기가 집집마다 들어와 47가구중 TV가 42대,전축21대, 냉장고 14대, 전화21대, 자봉틀 39대, 신문구독 11가구등의 놀라운 문화시설을 갖추었다.
소고포 마을은 한미패류 위생협정에 따른 수출용 냉동굴 생산지역으로 지정(74년7윌5일 수산청고시 제12호)돼 미국FDA등 전문기관에서 해마다 조사단을 파견, 해양수질검사를 하고있다.
경남도는 이일대를 푸른바다로 지키기위해 인근 충무시등지에 분뇨처리시설을 갖추었다. 농작물 또한 주민들은 인분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청정소채만 재배, 청정해역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지금까지 조사로는 남해안에서도 이마을의 청정해역이 가장 깨끗한 양식장으로 알려져 있다.
소고포에서 미역·김등 다른수산물을 양식하지 못하는 것은 해안의 간만의 차가 거의 없기 때문. 잔잔한 내해(내해)가 아니면 굴이 잘 자라지 않는데 이곳 앞바다는 다도해의 섬으로 첩첩이 가려져 배가 지나가야 파문이 일 정도.
석화(석화)로 불리는 굴은 산란기인 8월 해안간조선에 말뚝을 박아 굴껍질을 매달아두면 알이 파도에 밀려 다니다가 이곳에 붙어 자란다.
10월쯤 이 말뚝을 거둬 굴이너무 크지 않도록 생장억제와 단련을 시킨뒤 3∼4월에 조림, 5∼6월에 양식장으로 가져가 바닷속 20m깊이까지 매달아 6개월만인 11월하순부터 수확하게된다.
『양식장개발과 함께 87년까지 20km의 한산도 일주도로가 개설되면 대섬(죽도), 두억개옷바위, 창동, 야소등 20여개소의 사적지가 빛을 보게되고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도 소고포에 들러 싱싱한 굴맛을 볼수 있을것』이라고 청년회장 김신곤씨(34)는 눈앞에 다가올 마을발전에 한껏 기대가 부풀어 있었다. <통영=홍성호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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