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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반짝」으로 그친 남녀궁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일순(일순)의 헤프닝으로 영원히 종지부를 찍고만다면 너무 서글픈 노릇이다. 마치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세계를 제패했던 한국여자궁도의 영화가 눈깜짝할새에 사라져 버렸다.
베를린에서 거행된 제29회 세계궁도선수권대회때 당시 단발머리 여고생이었던 김진호 (한국체대·21)가 경이적인 백발백중의 궁사로 등장. 영예의 패권을 휘어잡았던것이 79년7월이었다.
불모의 동토(동토)에서 현란한 꽃을 피우듯 역사가 일천한 한국양궁이 세계를 경탄케한 쾌거였다.
그러나 너무나 높고 가파른 곳을 단숨에 뛰어오른 과욕(?)탓인지 한국의 「마녀」들은 급전직하로 전력이 저하, 극심한 부조의 늪에 빠진채 여간해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6월 이탈리아(푼타알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황숙주(계명대·21)가 5위(2천4백91점), 박영숙 (한국체대·20)이 6위(2천4백85점)에 그치고 작년이래 줄곧 부진했던 김진호는 어깨부상까지 입어 랭킹에 오르지도 못함으로씨 이러한 한국여자궁도의 조락을 실증했다.
현재 세계대회 우승의 기록은 2천5백10점대. 그러나 김진호는 79년당시 국내에서 2천6백점까지 올랐으며 황숙주 박영숙도 2천5백10점 안팎의 기록을 무난히 달성했었다.
그럼에도 그후 대학을 진학한 이들은 한결같이 최고조의 실력을 회복못하고 있으며 대체할 만한 새로운 10대신진들이 나타나지도 않고있는 실정인 것이다.
남자의 경우도 마찬가지. 남자90m더블에서 공인세계기록(6백2점)을 4점능가하는 기록을 보유한 박익수 (전남대·21)를 비롯, 이항철 (한국체대·21) 임채웅(전남대·21)등이 모두 하향세, 제9회 골든 헬멧대회 (5월31일∼6월2일·스위스)에서 박이 개인종합2위, 임은 4위에 입상하는데 그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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