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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 환자 크게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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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무역회사에 다니는 최모(32)씨는 지난달 말부터 허벅지 부위에 바늘로 콕콕 찔리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일주일쯤 지난 최근 최씨는 아팠던 부위에 수십 개의 빨간 물집이 띠 모양으로 생기자 급히 피부과 병원을 찾았다.

최씨에게 내려진 진단은 '대상포진(帶狀疱疹)'. 의사는 "과로로 몸의 면역력이 떨어져 나타난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최근 연일 야근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노인성 질환으로 알려졌던 대상포진이 청장년층을 위협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대상포진 환자는 공단이 발병자 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20만3360명에서 지난해 29만7109명으로 5년 만에 46%나 증가했다. 환자들 중 10~40대 환자가 절반에 육박한다. 강북삼성병원 김계정 피부과장은 "과거 노인들이 주로 걸리던 것이 최근 30~40대의 젊은층 환자가 늘었고 이 때문에 전체 환자 수도 증가세"라고 말했다.

계명대 의대 김창욱(피부과학교실)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젊은층의 환자들은'공부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썼다' '회사일로 며칠 밤을 새웠다' '모친상을 당해 무리를 했다'는 등의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 한다. 10대 중.고생 환자도 크게 늘어 2000년 1만4000여 명에서 지난해엔 1만8000여 명이나 됐다. 한 피부과 전문의는 "내신 성적과 각종 입시에 시달린 중.고생들이 노인처럼 약한 체질로 변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 대상포진은=수두 바이러스에 의해 신경에 염증이 생기는 피부 질환. 어릴 때 수두를 앓았거나 예방 접종을 받은 이후 바이러스가 신경세포에 잠복해 있다가 신체 저항력이 떨어질 때 갑자기 증식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슴과 얼굴.팔.다리 등에 띠 모양의 물집이 잡히며 신경을 따라 나타나기 때문에 심한 통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대부분 2~3주 안에 치료되지만 심하면 청신경.안면신경 등에 마비 증세를 일으킬 수 있다.

이충형.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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