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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부끄러운 성형대국 한국, 의료계 자성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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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세계의사협회(WMA)가 미성년자에 대한 미용성형수술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WMA는 11일 폐막한 연례총회에서 “아이들은 신체가 완전히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에 성형수술이 위험할 수 있다”며 미성년자 대상 성형수술의 광고·마케팅 금지를 제안했다.

 WMA의 가이드라인이 가장 시급히 적용돼야 할 나라는 바로 한국이다. 미성년자 미용성형이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3 학생이 수능을 마친 뒤 이른바 ‘수능성형’을 받는 것은 대세가 됐고 중3 학생들이 ‘방학성형’을 받는 사례도 흔하다. 의료계에선 청소년기에 코 성형은 부적절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코뼈의 성장을 더디게 하거나 변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쌍꺼풀 수술도 눈이 완전히 자란 16세 이후에 받는 것이 안전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에선 중3 학생들이 방학 때 쌍꺼풀·코 성형을 받은 경험담을 쉽게 볼 수 있다. 일부 성형외과는 ‘방학 할인’ ‘학생 할인’ 등의 문구를 내세워 미성년자 성형을 부추기고 있다. 부모의 동의를 대신 받게 해준다는 대행업자들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반면 독일·호주 등 일부 선진국은 미성년자의 미용성형을 금지하는 법안의 제정을 추진하거나 이미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월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 등이 미성년자의 부위별 성형을 제한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의사의 진료 결정권과 미성년자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였다. 정부도 소극적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13일 국정감사에서 미성년자 성형 규제 의사를 묻는 새정치민주연합 양승조 의원의 질의에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검토한 뒤 보고하겠다”고 원론적으로 답변했을 뿐이다. 이 때문인지 이 법안은 2년이 다 돼가는데도 아직 국회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우리 의료계는 집단이익에 사로잡혀 국제적인 흐름을 거스르는 게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의사의 권리 침해를 말하기 앞서 청소년들에게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스스로 자정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