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지가 오른 곳만 세금 줄여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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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개별공시지가 상승에 따른 토지분 재산세 부담이 지난해보다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올해는 지방자치단체별로 공시지가 상승분의 일부만을 과세 기준에 반영한다.

2일 행정자치부와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정부는 8월 초까지 지자체가 공시지가 상승분의 일부를 깎아 줄 수 있도록 표준 감면조례를 마련하기로 했다.

예컨대 올해 공시지가가 20% 올랐다면 상승분의 절반만을 반영해 지난해보다 10% 오른 가격을 토지분 재산세 부과의 기준으로 쓴다는 것이다. 공시지가가 1억 원이었던 땅이 20% 올라 1억2000만 원이 됐다면 상승률의 절반만을 인정한 1억1000만 원을 기준으로 해 세금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또 서울 서초구와 경기 과천시 등 일부 지방자치 단체들은 탄력세율을 적용해 주택분 재산세율을 25~50% 낮추는 조례를 채택해 주민들의 세금 부담을 덜어 주기로 했다.

지난해 탄력세율을 적용해 세율 인하에 앞장섰던 강남구 등은 "세수가 줄어들고 효과도 크지 않다"며 난색을 표시하고 있지만 세율을 낮추라는 지역 주민의 압력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 행자부도 "지자체가 주택분 재산세율을 낮추는 것은 조세형평에 어긋난다"며 세율을 낮추는 지자체에 대해서는 지원금을 줄이는 등 불이익을 준다는 방침이다.

◆ 토지는 오른 곳만 경감=감면조례에는 공시지가가 많이 오른 토지에 대해 공시지가 상승분의 일정 부분을 감액해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인 과세표준을 낮추는 방안이 포함된다. 감면조례가 시행되면 모든 토지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공시지가가 오른 곳만 세금 부담이 경감된다. 또 많이 오른 곳이 적게 오른 곳보다 감면 폭이 크다. 토지분 재산세는 9월에 부과되는 만큼 8월 안에는 지자체 별로 감면 폭을 확정해야 한다. 토지의 경우 감면조례를 통해 과표가 낮아지면 종합부동산세 부담도 줄어든다.

토지에 대한 감면 조례가 시행되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세수가 풍부한 곳은 행자부가 허용하는 최대 감면 폭을 적용해 세금을 깎아 줄 수 있지만 세수가 모자라는 곳은 감면조례를 채택하지 쉽지 않기 때문이다.

◆ 주택은 탄력세율로 일괄 인하=지난해는 종합토지세와 건물분 재산세가 따로 부과됐지만 올해는 주택분 재산세로 통합돼 7월과 9월에 절반씩 나눠낸다. 주택분 재산세는 해당 지자체가 최대 50%까지 탄력세율을 적용해 세율을 낮출 수 있다. 토지의 감면조례와 달리 탄력세율이 적용되면 지역 내 모든 납세자가 혜택을 본다.

서울 서초구와 경기 과천 등 19개 지방자치단체 의회가 주택분 재산세율을 인하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현행 지방세법은 기준시가(공동주택)나 공시가격(단독주택)의 50%를 과세표준으로 하고 과표가 ▶4000만 원 이하는 0.15%▶4000만 원 초과 1억 원 이하 0.3%▶1억 원 초과 부분은 0.5%의 세율을 적용해 주택분 재산세를 산출한다. 만일 지자체가 세율을 50% 인하하면 ▶4000만 원 이하는 0.075%▶4000만 원 초과 1억 원 이하 부분 0.15%▶1억 원 초과 부분은 0.25%가 된다.

지자체의 탄력세율은 세율만 깎아주기 때문에 기준시가나 공시가격이 9억 원을 넘는 주택에 부과되는 종부세는 줄지 않는다.

또 올해는 공시지가나 기준시가가 아무리 많이 올라도 주택이나 토지에 대한 재산세가 지난해보다 50%를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

이른바 '50% 상한' 규정을 둔 것이다. 만일 감면조례나 탄력세율로 세금이 줄어 지난해보다 50% 이하로 증가하면 50% 상한 조항은 적용되지 않는다. 반대로 탄력세율을 적용해 세율을 낮춰도 50% 상한을 적용한 세금보다 많으면 50% 상한이 적용된 세금을 내면 된다.

◆ 탄력세율 인하 효과는=지난해의 경우 가장 세수가 풍부한 강남구가 탄력세율을 적용하면서 지자체들이 재산세율을 낮추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났다. 서울의 경우 2일까지 5개 구가 탄력세율을 통해 주택분 재산세를 감면하기로 해 다른 지자체들도 인하 압력을 받고 있다. 세수가 모자라는 지자체도 다른 지자체의 눈치를 보느라 '울며 겨자먹기식'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부동산 컨설팅업체의 한 관계자는 "50% 상한 규정때문에 서울 지역은 세율을 낮춰도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의 경우 올해 주택분 재산세로 828만 원을 내야하지만 지난해보다 50%까지만 증가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에 올해는 363만 원을 납부하면 된다. 상한 적용을 받기 전인 828만 원에 최대 50%를 감면해봐야 414만 원으로 50% 상한을 적용했을 때보다 세금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탄력세율을 적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세율을 낮춰봐야 중소형 아파트에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고 단독주택과 고가주택만 세금부담이 줄어든다"며 "탄력세율을 시행할 필요는 없지만 지역 주민들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고민"이라고 밝혔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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