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챔피언 「바깥」서 참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동경=신성순특파원】「작은 타잔」 김환진(26)은 한국프로복싱사상 최단 챔피언이란 오명을 남겼다.
16일밤 센다이(선대)스포츠센터에서 벌어진 WBA주니어플라이급 타이틀매치에서 챔피언 금환진은 도전자 도「도까시끼·가쓰오」(도가부승남·21)의 스피드등 기량에 완전히 눌려 펀치한번 제대로 날리지 못하는 무기력한 졸전끝에 심판전원일치판정패로 타이틀을 내주고 말았다.
이로써 김은 지난7월19일 「플로레스」(멕시코)를13회KO로 누르고 왕좌에 오른이래 이날 2차방어전까지 꼭 1백50일만에 타이틀을 뺏긴 최단챔피언의기록을 남겼다. 이제까지 한국이 배출한 10명의 세계챔피언중 WBA 주니어페더급의 홍수환이 역시 2차방어전에서 실패하기까지1백62일로 가장 짧았었다.
이날 심판진의 채점내용도 주심「슈미츠」(푸에르트리코)가 1백48-1백40,「하세트」(미국) 와 「힐」(파나마) 도 각각 1백49-1백36, 1백49-1백39등으로 김의 일방적 참패였다. 계체량에서 김은48·7㎏,「도까시끼」는 48·8㎏으로 모두 한계채중(48·9㎏)을 통과했다.
그러나 김은 이날 상오1차계체량에서 3백9이넘어 사우나를 다녀온뒤 2차계체량에서 통과되는 문제점을 안고 링에 올랐었다.
김은 상대를 너무 과소평가한데다 중요한 결전을 앞두고 결혼식을 올리는등 정신력의 이완과 연습부족이 역력했다. 김이 경기가 끝난뒤 『실력으로 완패했다.「도까시끼」의 기술이 훨씬 앞섰다. 상대는 나를 너무나 잘 연구한것같다』라는 말은 이날의 경기결과를 그대로 요약한 것이다.
「도까시끼」는 김에 대해 철저히 분석,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링에 올라 종반 김의 대시를 절묘한 위빙과 더킹으로 피하며 오히려 기습공격으로 승세를 굳혔다.
키가 5㎝나 작고 리치가 짧은 김은 초반부티「도까시끼」의 스피드에 눌려 헛손질만 하는데다 잽과 스트레이트를 무수히 허용, 고전속에 빠졌다. 15전으로 짧은 경력의「도까시끼」는 예상과 달리 펀치력만 보잘것없을뿐 스피드는 물론 테크닉·체력등 3박자가구비, 「구시껜·요오꾜」 의 후계자를 자처할 만했다. 김의 빗나가는 좌우 롱훅, 「도까시끼」의 잽싸게 치고빠지는 양상으로 시종일관했다. 펀치력없는 변칙복싱으론 정통파 복싱을 누룰수 없다는것을 보여준 한판승부라하겠다.
도오꾜 간다의 레스토랑에서 7만엔(약21만원)의 월급을 받던「도까시끼」는 경기가 끝난뒤 『이겨서 기쁘다. 이제 돈을 벌어 고향(오끼나와)에서 자동차수리공장을 하는 부모님께 효도하겠다』면서 『초반 「가네히라」매니저의 지시를 어기고 대들었으나 김의 펀치를 잘 막아내면서 자신을 얻었다. 김은 위쪽 훅이 좋았으나 대체로 하기 쉬운 상대였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전챔피언」구시껜·요오꾜」는 텔리비전해설에서『이젠 안심이다. 「도까시끼」는 펀치력만 보강하면 롱런할것으로 기대한다』고 기뻐했다.
이번 타이틀전으로 20승(8KO)2무l패를 기록한 김은 6만달러(약4천2백만원), 14승(2KO)1무1패의 「도까시끼」는 1만달러(약7백만원)의 대전료를 각각 받았다.
한편 한국은 올해들어 세개타이틀매치에서 6승4패를 기록했다.
또 지난해 1월3일 도요꾜에서 WBC라이트플라이급챔피언 김성준이 「나까지마·시게오」에게 타이틀을 잃은이래80, 81년 2년동안 한열전에선 2승7패로 열세이며 특히 일본서 가진 6차례의 대전에서 모두 패하는 기록을 남겼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