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략용 '뉴 그랜저' 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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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2000년대 초만 해도 국산 중대형차는 차체와 트렁크를 크게 했다. 대신 엔진은 배기량 1800~2000㏄의 준중형급을 얹었다.

상대적으로 힘은 떨어졌지만 실내 공간이 넓은데다 2000만원 이하의 가격에 맞출 수 있어 잘 팔렸다. 하지만 수입차가 점차 늘면서 가속력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뉴 그랜저(모델명 L330)는 기존 국내용 중대형차 개발 컨셉을 벗어난 차다. 미국.독일 등 자동차 선진 시장 공략을 목표로 했다. 실내 공간, 차체 크기, 출력 모두 기존 그랜저XG보다 향상됐다.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를 만들면서 도요타의 고급 세단인 렉서스 ES330을 벤치마킹했다. 도요타가 미국 고급차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1980년대 후반 벤츠를 본받았던 것과 비슷하다. ES330은 미국의 럭셔리 중형차(엔트리 카) 시장에서 90년대 후반 이후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래서 뉴 그랜저의 실내 인테리어나 시트의 느낌, 서스펜션, 승차감 등이 ES330과 흡사했다. 뉴 그랜저는 기존 그랜저XG와 마찬가지로 쏘나타의 차체(플랫폼)를 기본으로 사용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개발 초기부터 국내보다는 미국 시장에 초점을 맞췄다"며 "미국에선 도요타의 아발론, 닛산 맥시마와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랜저는 우선 가속력이 수준급이다. 출발과 동시에 액셀러레이터를 깊게 밟으면 시트에 몸이 푹 빠지는 느낌을 받는다. 6기통 3300cc 람다 엔진을 얹은 뉴 그랜저는 그동안 덩치만 크고 힘이 부족했던 국산 대형차의 오명을 단번에 씻은 셈이다. 가속력에선 닛산 3.5VQ 엔진을 단 르노삼성차의 SM7과 견줄 만하다. 뉴 그랜저의 최고 출력은 233마력으로 ES330(228마력)보다 좋다.

현대차 관계자는 "세계 어디에서든 통할 수 있는 디자인 개발에 치중했다"고 말했다. 튀기보다는 무난한 디자인을 택했다는 의미다.

렉서스 디자인팀은 애초 도요타만의 느낌을 강조한 디자인을 기획했다가 도요타 경영층에게 퇴짜를 맞았다. 누가 봐도 벤츠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디자인으로 바꿔 미국에 진출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현대차가 디자인에서도 도요타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뉴 그랜저의 가격은 3.3ℓ 고급형이 3600만원 선.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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