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승 갈증' 강지민이 풀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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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지민이 18번 홀에서 우승을 확정짓는 파 퍼트를 한 뒤 갤러리를 향해 활짝 웃고 있다. [코닝 AP=연합]

파3의 15번 홀(114m)이 승부처였다. 강지민(25.CJ)의 다부진 9번 아이언샷이 핀을 향해 정확히 날았다. 그린 위를 두 번 튕긴 공이 빨려들듯 홀 속으로 들어갔다. 갤러리의 환호가 온 골프장을 흔들었고, 단숨에 두 타를 줄이며 공동선두가 된 강지민은 펄쩍펄쩍 뛰며 기뻐했다.

한국 여자골퍼들의 2005 LPGA 투어 우승 갈증이 11번째 대회에서 풀렸다. 주인공은 올해 투어 3년째를 맞는 강지민. 지난해 퓨처스 투어(2부 투어)에서 2승을 거두며 상금왕에 올라 올해 1부 투어 출전권을 따낸 그다.

강지민은 30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코닝골프장에서 끝난 코닝 클래식에서 합계 15언더파로 첫 우승을 낚았다. 전날 단독 4위에 머물렀던 그는 마지막날 홀인원을 포함해 6언더파(이글 1, 버디 6, 보기 2개)를 몰아치며 이미나와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상 13언더파)을 2타차로 제쳤다. 우승상금 16만5000달러(약 1억6500만원).

강지민과 이미나, 소렌스탐과 한희원(휠라코리아) 등이 엎치락뒤치락한 최종 라운드였다. 전반 9홀까지 2타 차 단독선두를 달린 카린 이셰르(프랑스)가 11.13번 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하며 강지민과 이미나가 리더보드 맨 위로 뛰어올랐다. 강지민과 이미나는 홀인원.버디 등을 주고받으며 17번 홀까지 함께 15언더파를 달렸다. 그러나 마지막 18번 홀에서 강지민은 파를 세이브한 반면, 이미나는 뼈아픈 더블보기를 범해 주저앉았다.

한희원은 공동 4위(11언더파), 임성아(MU)는 공동 6위(10언더파)를 했다.

정제원 기자

*** 강지민은 누구인가

1980년생인 강지민은 13세 때인 93년 아버지(강주복)의 권유로 골프채를 잡아 이듬해에 75타를 친 소위 '골프 신동'이었다. 특히 박지은 선수를 좋아해 그의 코스를 그대로 따랐다. 세화여고 1년 때인 95년 시애틀로 골프 유학을 갔다. 킹스 고교를 졸업하고 박지은과 필 미켈슨(미국)을 배출한 애리조나 주립대에 진학, 2001년까지 미국 아마추어 무대에서 7승을 거뒀다. 1m70㎝의 탄탄한 체격에 드라이브샷 거리가 250야드를 넘나든다. 낙천적이지만 조금 급한 성격 때문에 퍼트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소리도 듣는다.

-소감은.

"시련도 있었지만 오늘 우승으로 그동안 마음 고생을 훌훌 털어 버렸다."

그는 2002년 LPGA 퀄리파잉스쿨에서 1타차로 풀시드 자격을 얻지 못해 주로 2부 투어에서 활동했다.

-15번 홀 홀인원이 결정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다섯 번째지만 LPGA 투어에선 첫 홀인원이다. 14번 홀에서 보기를 범해 아쉬웠던 참이었는데 믿기 어려운 홀인원이 나와 펄쩍펄쩍 뛰었다. 너무 호들갑을 떨었나."

-소렌스탐과 같은 조에서 경기했더라면 어땠을까.

"사실 꼭 함께 치고 싶었다. 오늘은 내 경기에 전념하느라 소렌스탐의 성적은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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