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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수봉, "10·26은 계획된 범행 같았다"

중앙일보

입력

"김재규의 박정희 대통령 암살은 계획됐던 것 같다."

가수 심수봉(사진)이 방송에서 지난 1979년 10월 26일 궁정동 안가에서 일어난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의 박정희 대통령 살해 사건에 대해 이같은 생각을 밝혔다.

심수봉은 29일 오후 11시35분부터 1시간여 동안 방송된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의 '10·26 궁정동 사람들' 편에서 전화 인터뷰를 통해 "내 생각에 (궁정동 안가 연회장에서) 김재규의 표정과 분위기는 그런 어마어마한 일을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살해된 궁정동 연회에 참석했던 심수봉이 방송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털어놓은 것은 지난 1993년 '주병진쇼' 이후 처음이다.

이날 방송은 10·26 사건에 대한 새로운 증언과 자료를 공개하고 궁정동 요원들의 증언을 통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심수봉과의 전화통화 내용은 연회에서 김재규 부장과 차지철 경호실장이 다투는 소리를 들었다고 합수부 조사에서 밝힌 것은 강요에 의한 것이었다는 해설과 함께 소개됐다.

▶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에서 공개된 10.26 사건 다음날 현장에 도착한 육군과학수사연구소 감식팀이 촬영한 연회장 사진. 오른쪽 상단에 피살된 채 누워있는 사람은 차지철 경호실장

심수봉은 "대기실 분위기는 좋았다. 조그맣게 TV를 틀어놓고 있었는데 AFKN이었던 것 같다"며 비교적 상세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연회장 분위기에 대해서도 "대통령도 몇번 봤기 때문에 반가워 했고 차지철도 '심수봉씨 노래 잘 듣고 있다'고 말하는 등 분위기는 좋았다. 대통령이 노래 좀 듣자고 해서 TV를 끄고 나서 노래를 불렀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재규 부장에 대해서는 "초면이 아니어서 들어가면서 눈인사를 했는데 전혀 인사를 받지 않았고 모르는 사람처럼 굉장히 무섭게 입을 다물고 표정도 없어 이상했다"며 10·26이 우발적이 아닌, 계획된 사건이었던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와 함께 심수봉은 총에 맞은 후 박정희 대통령이 '끄르륵 끄르륵' 하는 소리를 내서 "각하 괜찮으세요"라고 물었고, 박정희 대통령은 단호하게 "괜찮다"고 대답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머니투데이 스타뉴스=김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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