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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성직자|신도수따라 예우 크게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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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내 최대 아파트단지의 하나로 꼽히는 서울강남구의 Y아파트. 아파트안 상가에는 2층에 1개, 3층에 5개, 정확히 6개의 교회가 있다. 역시 아파트구내인 동사무소건물의 2개 교회까지 합치면 8개의 교회가 있는 셈이다. 4천여가구의 인구, 주민도 많지만 교회도 많다.

<한 아파트에 8개>
80년말 현재 개신교인구는 7백18만명, 여기에 카톨릭인구 1백32만명을 합하면 우리나라의 기독교인구는 8백50만명을 넘는다. 이점, 종교인구의 급신장이란 면에선 한국교회는 축복을 받은 셈이다. 그러나 세간에는 꼭 축복의 찬사만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교회가 너무 세속에 침잠해간다는 비판도 들린다. 성직자에 대한 경외감이 신도사이에서도 줄었다는 말도 같은 선상의 이야기이고 생활의 이면을 꼬집는 소문도 잇따른다.
성직자의 생활은 공개된 부분도 많지만 세상에 안 알려진 이야기도 많다.
서울의 경우 보통교회라면 담임목사1명, 부목사·전도사 1명씩을 두고 있다. 요즈음은 여신도에 대한 선교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여전도사를 두는 경향도 눈에 뛴다.
대도시에서 담임목사들이 받는 월급은 50만원선으로 알려져 있다. 신도수가 많으면 자연히 목사에 대한 예우도 좋아진다. 1천명의 신도를 가진 서울시내 Y, D교회의 경우는70만∼80만원선. 예외적인 경우이긴 하지만 3백만원의 월급을 받는 목사도 있고 모목사의 경우는 판공비까지 월1천만원을 쓴다는 소문도 있다.
물론 여기에 연4백%의 상여금은 대부분 공식화돼있다.
그러나 월급만으로 따질 수 없는 것이 목사의 수입이기도 하다. 준 급여에 속하는 생활보조비는 여러 항목으로 지급된다. 자녀교육비·목회비·도서구입비 등등….자가용이 있으면 운전사의 월급도 교회가 지불하고, 사택을 마련해 집 걱정을 덜어주는 것도 이런 부류에 속한다.
흔치않은 경우지만 수신의 자세가 빗나가 일어나는 잡음도 있다.
교단일부에서도 반성론이 일고있지만, 부흥전도회에서 목사가 설교속에 성금을 유도하는 발언을 해 신도들을 당황케 한 때도 있었다. 헌금을 놓고 3·7제, 4·6제 배분이 이뤄진다는 이야기도 이때는 있었다. 지금도 3박4일정도의 지방부흥회에서 부흥목사가 받는 수고비는 30만원 정도. 선교의 행위를 돈으로 평가할 수는 없지만 체재비도 별도여서 부담이 힘겹다는 지방교회의 주장도 있다.
또 하나 지적되는 것으로「내교회」의 집착을 들 수 있다. 운영면에서 교회를 보면 장로를 중심으로 한 모임으로 당회가 있지만 당회장은 목사가 된다. 개신교는 또『개교회주의』 를 택하고 있다. 여기서 성직자가『이 교회는 내가 세우고 쌓아 올렸다』는 마음에서 집착을 가질때 독단의 여지는 넓어질 수밖에 없다. 교단과 교회측의 싸움이 주로 재정을 둘러싸고 일어난다는 사설은 이를 반영한다. 『하느님의 교회인 동시에 신도들의 교회』라는 믿음이 없기 때문일까.

<신부는 활동비만>
「독신」이 전제조건이란 점에서 가톨릭 성직자들의 생활은 또 다르다.
의식주의 모든 생활이 교회에서 해결되고 공동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약간의 수당은 있어 본당의 주임 신부는 월 10만원 안팎의 활동비를 받고 전교등 특수기관에 파견된 신부는 이보다 약간 수당이 많다.
부양해야할 가족이 딸린 것도 아니어서 신부의 생활은 경제적으로 구애됨이 없고 자유롭다. 그러나 개신교전체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윤택하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성직자라고 모두 생활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개신교에서 전도사는 대도시에서도 월급이10만∼15만원정도.
2∼3년간의 목회실습을 거쳐 목사가 되더라도 상당기간 담임목사를 보좌해야하고 이때 부목사의 월급은 아무리 많다해도 50만원을 넘지는 못하는 현실이다. 가톨릭에서도 수사는 교회일을 보아주고 생계를 해결하는 정도며, 수녀들도 경제적 재량권은 없다.
그러나 보다 애처로운 실상은 개척교회와 농촌교회의 이야기들. 지난 중순 택시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낸 광야교회(서울성수동)임찬군목사의 이야기는 이런 실례다. 개척교회목사인 그는 셋방인 교회의 월세와 가족들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핸들을 잡았다가 사람을 치었다. 교인 80명이 내는 헌금으로는 교회운영이 될 리 없었던 것. 그것도 교인들은 대부분이 근처 공장의 젊은 교인들-. 믿음은 있었지만 돈없는 신도들이었다.

<한달에 쌀다섯말>
농어촌 교회의 경우는 지금도 한달에 쌀 다섯말과 부식 몇천원으로 생활하는 성직자도 꽤 있다. 월급이 있다해도 10만원을 넘지 않는다.「한집건너 교회하나」라는 말이 대도시에 나돌아도 농촌에 교회가 새로 섰다는 말은 듣기가 어렵다. 이농현상으로 신도들이 농촌에서 줄어든다지만 교회도 도시집중현상이 뚜렷하다.
성직자의 일상은 힘겹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소가 한국교회 1백년을 맞아 실시한 조사를 보면 40%이상의 성직자가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해진 목회외에도 심방이 있고 신도들의 대소사를 돌봐야한다. 수입의 상당부분도 이런 일에 쓰인다. 세금은 없지만 십일조를 바친다. 일부교단에서는 정년도 있지만 성직도 늙으면 수행이 어렵기 때문에 이른바 노후도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교회가 이익단체가 될 수 없듯이 성직도 생계를 위한 직업이 우선은 아닌 것. 「저높은 곳」을 향하는 성직자에게 세속의 물질적 측면은 부차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장성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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