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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라바'막는 발목규제들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육성을 강조하지만 정작 '발목규제' 때문에 '제2의 라바'나 '또봇'같은 글로벌 히트상품 육성이 안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9일 '글로벌 경쟁력 취약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 연구'보고서에서 낡은 규제 33건을 개혁 과제로 제시했다. 방송·통신·콘텐츠 산업은 지난해 2억1699만 달러의 수출고를 올린 효자산업이다. 7년 연속 흑자를 기록할 정도로 유망하지만, 규제만은 산업과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분야가 애니메이션이다. '뽀로로'나 '라바''또봇'같은 국산 콘텐츠가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편성 규제 때문에 후발주자 육성이 어려운 실정이다. 한경연은 방송사업자가 연간 전체 애니메이션 방송 시간의 30~50%를 국산 애니메이션으로 편성하도록 한 의무편성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승연 한경연 선임연구원은 "별도 투자재원이나 지원이 없는 데다, 방송사가 편성총량에만 관심을 두다 보니 신규제작보다 기존 애니메이션 재활용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연은 또 모유수유 촉진을 이유로 젖병 광고를 규제하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실정도 지적했다. 현행 방송광고심의규정 제43조에 따르면 젖병과 젖꼭지 제품은 방송광고를 할 수가 없다. 영국과 독일·프랑스 등 해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황당규제다. 한경연은 "정부가 모유수유 권장이라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를 존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규제수단이 과도하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정을 넘겨 16세 미만 청소년의 게임이용을 막는 '게임 셧다운제'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경연은 "해외에 서버를 둔 게임업체는 규제대상에서 제외되고 우리나라에 서버를 둔 업체만 규제하는 형국"이라며 "관련 업체의 해외이탈만 부추기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과 중국처럼 자율규제 방식으로 문제해결을 하자는 대안도 내놨다.

한경연은 "중국 등 경쟁국은 게임산업 플랫폼, 인터넷 포털 산업 등이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각종 육성정책을 내놓고 있다"면서 "현행 셧다운제를 폐지해 친권자 동의하에 접속을 허용하는 자율규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경연은 이밖에도 공공 SI(시스템통합) 사업에 대한 대기업 참여규제 완화,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개인정보 보호 규제 등을 개선과제로 제시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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