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집 팔 때 배우자 동의 받아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이르면 내년부터 부부가 함께 거주하고 있는 집을 팔거나 전세 보증금을 집 주인에게서 되돌려 받을 때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배우자 동의 없이 집을 팔거나 보증금을 빼돌릴 경우 다른 배우자는 사실을 안 날부터 6개월 이내에 법원에 매매계약의 취소 또는 원상 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

가정폭력 사건을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관은 법원의 허가 없이 48시간 동안 가해자에게 접근 금지를 명령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경찰이 법원에 접근 금지를 신청해 허가를 받는 데 2~3일 걸린다.

서울가정법원 가사소년제도개혁위원회(위원장 한명숙)는 29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개선 방안을 마련해 대법원에 민법.가사소송법.소년법 등의 개정.제정을 건의키로 했다.

한 위원장은 "개선 방안에는 부부 간의 실질적 평등을 유도하고, 급증하는 이혼을 막기 위한 대책들이 망라돼 있다"며 "9월 정기국회에 법률이 상정돼 통과되면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 부부재산 평등 분할=결혼 5년차 주부 A씨는 바람난 남편이 생활비를 주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혹시라도 남편이 재산을 빼돌릴까봐 불안하다. 하지만 A씨는 네 살짜리 아들의 장래를 생각해 이혼은 원하지 않는다.

민법이 개정되면 A씨는 이혼하지 않고도 재산을 지키기 위해 재산분할 청구 소송을 낼 수 있다.

개선 방안에 따르면 이혼 전이라도 주택 등 중요한 재산을 처분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배우자를 상대로 재산분할 청구 소송을 낼 수 있다. 현행 민법은 이혼 후 2년 이내에만 재산분할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울가정법원 이강원 부장판사는 "부부 한쪽이 재산을 단독으로 처분해 배우자가 나중에 재산분할 청구권을 행사할 때 불이익을 겪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또 재산분할 때 상속이나 증여받은 것을 제외하고 혼인한 뒤 취득한 재산에 대한 균등분할 원칙을 민법에 도입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부부가 함께 모은 재산은 원칙적으로 반반씩 나눠갖게 된다.

김명식 변호사는 "현재 전업주부의 경우 재산 분할 때 전체 재산의 30~40%를 받지만 민법이 개정되면 전업주부가 40~50%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혼 숙려기간 제도 도입=사치가 심한 부인과 협의이혼하기로 결심한 B씨. 앞으로는 이혼허가를 받기 위해선 숙려(熟慮)기간 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지금까지 법원은 협의이혼 신청 당일 또는 다음날 이혼을 허가했다.

위원회는 충동적이고 성급하게 이혼함으로써 생기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숙려기간 제도의 도입을 제안했다.

당사자가 이혼에 대해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숙려 기간은 협의이혼, 이혼청구 소송 등 법원에 이혼을 신청하는 모든 경우에 적용된다.

그러나 법원이 지정한 상담기관에서 부부가 함께 3시간의 이혼상담을 받을 경우엔 숙려기간이 면제된다. 미성년(만 20세 미만) 자녀를 둔 부부는 반드시 상담을 받아야 한다.

이와 함께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엔 협의이혼을 신청할 때 친권자를 누구로 할지, 양육비를 누가 부담할지 등에 대한 합의서를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양육에 관한 합의가 안 돼 자녀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 10세 소년도 보호처분=위원회는 소년법이 적용되는 소년의 나이를 만 12세 이상~20세 미만에서 만 10세 이상~19세 미만으로 낮췄다.

초등학교 고학년생의 범죄가 늘고, 성장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감안한 것이다.

현재 형사 미성년자는 만 14세 미만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만 10~13세의 소년범은 보호관찰.사회봉사명령.소년원 수용 등의 보호처분을 받게 되고, 만 14~18세는 사안에 따라 보호처분 또는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하재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