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니 곧 함락" 터키, 미국에 IS공습 확대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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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에 대한 터키의 이중적인 태도가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터키와 시리아 접경 지역의 쿠르드족 마을인 코바니에서 IS와 쿠르드족 민병대의 전투가 가열되는 가운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코바니가 곧 함락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미국이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도 공격하지 않는다면 터키는 어떤 군사 행동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대신 터키는 미국에 IS에 대한 공습을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얄츤 아크도안 터키 부총리는 “우리 정부와 관계기관은 미국 관리들에게 당장 더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공습을 시행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터키는 시리아 국경에 전차를 포함한 병력을 배치했지만 자국 내 쿠르드족이 시리아로 향하는 것을 막을 뿐 IS에 맞서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고 있다. IS와의 전쟁 과정에서 자국 내 쿠르드족 반군이 강해지거나 적대 관계인 알아사드 정권이 반사이익을 얻는 걸 원치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같은 ‘셈법’에 터키 내의 쿠르드족들은 들고 일어났다. 차량을 불태우는 등 과격 양상도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쿠르드족 최대 도시인 남동부 디야르바크르에서 최소 8명이 숨졌으며, 이 중 한 명은 머리에 실탄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은 “터키 곳곳에서 최소 14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터키는 시리아와의 접경 지역에 통행 금지를 선포했다. 쿠르드족이 많이 사는 유럽의 주요 도시에선 동조 시위가 열렸다. 유럽의회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도 쿠르드족 600여 명이 의회 밖에서 시위를 벌였으며 50여 명은 의사당 안으로까지 진입했다.

서구의 인내심도 바닥나고 있다. 미국의 한 관리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1.6㎞도 안 되는 거리에서 벌어지는 대학살을 보고만 있는 터키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이는 나토 회원국으로 할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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