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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전처 성공하려면 대통령 직보 체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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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재난이 발생했는데도 관료주의 때문에 대통령에게 직보할 수 없다면 대응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한국이 세월호 사고 이후 정부조직법 개정이 진행 중이라던데 국가안전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총리가 아니라)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도록 하는 것이 좋은 방안이다.”

 미국에서 2001년 9·11테러가 발생했을 당시 연방재난관리청(FEMA) 청장으로 활약했던 조 알바우(62·사진). 자신의 이름을 딴 위기관리전문기업인 알바우 인터내셔널그룹 회장 자격으로 5일 방한한 그가 한국의 재난 대응 시스템에 대해 조언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주최 워크숍과 동원그룹 특강 등에 참석한 7일 본지와 별도로 인터뷰했다.

 한국 정부가 국가안전처를 총리실 산하로 신설하려는 데 대해 “제2의 세월호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FEMA처럼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대통령에게 신속하게 보고할 수 있는 체제가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상향식으로 신속하게 보고가 이뤄져야지, 하향식 조직은 실패한 사례가 많다”고 덧붙였다.

 9·11테러 직후의 대응 경험에 대해 “미국 본토가 공격받는 상황을 전혀 생각하지 못해 큰 피해를 입었지만 FEMA가 통제사령탑(컨트롤 타워)으로서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했고 모든 인적·물적 자원 투입을 결정해 복구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9·11 직후 각지에서 동원된 소방차와 소방호스 규격이 달랐고 산소통도 사용시간이 제각각이라 애를 먹었다. 재난 관련 장비 표준화도 재난 대응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위기를 충분히 크게 생각하고 대비하고 있는지 미리 의문을 가지라”고 조언한 그는 “한 번도 생각 안 해본 위기 상황을 생각해보고 적절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뉴얼을 미리 준비하고 몸에 익혀야 효과적 위기 대응이 가능하다고 역설하면서 “먼지 쌓인 선반 위 매뉴얼은 있으나마나”라고 일축했다. 또 “언론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국민이 불안해하고 동요할 수 있다”면서 재난 상황에선 한목소리를 내도록 창구를 단일화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6일 부산경찰청장·부산소방방재본부장·남해해경청장을 만났다. 한국의 위기 관리 시스템에 대해 “현장의 능력은 놀랄 정도였지만 책임과 권한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책임과 권한이 확실하지 않으면 서로 책임을 미룰 수 있고, 책임만 있고 권한이 없는 경우엔 위기에 대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리더십을 해법으로 제시하면서 “위기 상황에서 어려운 결단을 내리는 지도자가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미국의 경험에 따르면 재난이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한국도 세월호 사고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세정·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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