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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In&Out 레저] 쪽빛 바다와 떠나는 '스크린 투어' 한려수도 300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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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남해안 쪽빛 바다는 마음을 들뜨게 한다.
빼어난 곡선미의 해안을 따라 흩뿌려진 보석 같은 섬들은 나그네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는다. 한려수도와 다도해로 대표되는 남해안의 봄은 이처럼 가는 곳마다 감탄사를 연발케 한다. 최근 들어 한려수도를 중심으로 한 남해안을 배경으로 영화, TV드라마 촬영이 잇따르면서 '스크린 투어'란 재미도 추가됐다. 이들 영화와 드라마는 통일신라에서 현대까지 시대적 배경도 다양해 수려한 경관을 따라 역사 산책에도 빠져들 수 있다.

글=김순근(여행작가), 사진=김태성 기자

통일 신라
완도-드라마 '해신'

해상왕 장보고의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 '해신'의 촬영장이 있는 전남 완도는 '해신 신드롬'이 실감날 정도로 드라마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세트장은 청해진 자리가 아니지만 1200여 년 전 장보고가 활약했던 지역을 촬영 무대로 삼았다는 데서 현실감을 더해준다.

소세포 해변에 있는 청해진 오픈세트장에는 청해진 포구마을, 선박, 군영, 막사 등 42동의 건물이 들어서 통일신라시대로 안내한다. 군외면 불목리의 신라방에는 본영, 객사, 민가, 당나라 거리, 이도형 상단과 설평상단 등 당나라 시대 풍물을 재현한 40여 동의 건물이 한국 속 중국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완도는 60여 개의 유인도와 143개의 무인도를 거느린 지역답게 해안풍경이 빼어나 섬을 일주하면서 소세포와 불목리 세트장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소세포 세트장에서 가까운 구계등 해변은 '구경깻돌'로 불리는 고운 갯돌이 특이하고, 해변을 둘러싼 상록수림이 인상적이다. 완도항에서 출발하는 섬 여행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 '서편제'로 유명한 청산도, 윤선도 문학의 산실인 보길도, 명사십리해수욕장의 신지도 등이 대표적이다.

여행정보
촬영장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어린이 800원(신라방은 편의시설 확충시까지 입장료 면제). 주차료 소형 2시간 기준 1000원. 완도시외버스터미널 인근 국제식당(061-552-1647)의 해산물 밑반찬이 맛깔스럽다.

조선 중기
남해안 일대-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의 촬영 세트장은 전북 부안에 있지만 실제 역사의 무대는 남해안 일대다. 23전23승이라는 세계 해전사상 경이적인 기록을 남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흔적은 남해안 곳곳에 남아있다. 해전지는 연륙교 등 인공구조물만 빼면 당시의 지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거제는 조선 수군의 첫 승리와 첫 패배가 이뤄진 장소. 대우조선이 있는 옥포만은 충무공이 첫승을 거둔 옥포대첩지며, 원균이 대패한 칠천도는 물안마을 앞바다가 격전지다. 거제대교 아래가 견내량 해협으로 충무공은 이곳에 정박해 있던 왜군을 통영 쪽 한산도 앞까지 유인, 학익진 전법으로 전멸시킨다. 바로 한산대첩이다.

사천의 선진리성 앞 바다는 거북선이 처음 출진한 사천해전지다. 인근 남해의 남해대교 주변은 충무공이 전사한 노량해전지며, 충무공의 유해가 육지에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인 충무공 전몰유허지와 충렬사가 가까이 있다.

여수에는 거북선을 만들던 선소와 전라좌수영이 있던 진남관, 충무공과 관련된 최초의 사당인 충민사 등이 있다. 진도의 울돌목(명랑해협)은 조선 수군이 12척의 배로 왜군의 전함 133척을 섬멸시켜 제해권을 다시 장악한 명랑대첩지로 벽파진 언덕에는 충무공 전첩비가 세워져 있다.

여행정보
해전지는 섬이 많고 빠른 물살 등 지형적 영향 때문인지 이곳에서 잡히는 어패류가 맛있다. 사천 선진리성 앞 바다에서 잡히는 백합을 재료로 한 백합죽과 백합회는 이 지역 특미로 선진청정회가든(055-854-5808)이 유명하고. 노량해전지인 남해대교 아래 유진횟집(055-862-4040)은 싱싱한 횟감, 진도의 제진관(061-544-2419)은 향토별미로 꼽히는 간재미요리 전문점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후기
여수-영화 '혈의 누'

전남 여수시 화양면 용주리 호두마을에 가면 조선시대 후기 조그마한 포구마을이 재현돼 있다. 영화 혈의 누 촬영세트장이다. 영화는 19세기 제지업으로 흥했던 동화도라는 작은 섬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 사건을 다룬 스릴러물.

호두마을은 여수시내 선소(거북선 제작 장소) 앞에서 시작하는 해안도로를 따라 용주리를 거쳐 22번 지방도로~원포마을~세포리로 이어지는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의 중간쯤에 있다. 반도처럼 길게 뻗어나온 지형으로 마을 뒤 언덕을 넘어서면 또다시 여수 앞바다가 펼쳐져 섬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호두마을의 현대적 어촌 풍경에 취한 뒤 맞는 조선시대 포구모습인지라 느낌이 색다르다. 마치 언덕이 현대와 과거를 잇는 시간의 문처럼 느껴진다.

세트장은 군관 원규(차승원) 일행이 섬에 첫발을 디딘 나루터를 중심으로 초가집 10여 채가 옹기종기 자리 잡고 있다. 포구 앞으로 조도 . 암목도 . 가장도 등 조약돌 같은 섬들이 점점이 박혀 있어 섬 속의 섬 같은 환상적인 분위기다. 그러나 마을에 들어서면 집들이 금방 쓰러질 듯 위태롭고 해변에는 화재사건으로 불에 탄 수송선과 원규 일행이 타고온 배가 나란히 정박하고 있어 영화 속 황폐해진 마을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조선시대 포구를 떠나 현대의 호두마을로 넘어가는 언덕에 이르면 어둡고 긴 터널에서 빠져나온 듯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여행정보
남해고속도로 순천IC~17번 국도~여수. 세트장은 버스종점인 호두마을 노인정 앞에서 좁은 호두안길을 따라 10여 분 걸어가야 한다. 오동도 . 돌산도 . 향일암 등은 기본 관광코스. 여수시내 중앙동 파출소 앞에 있는 구백식당(061-662-0900)은 서대와 야채, 식초를 버무린 서대회로 유명하다.

현대
거제-통영-영화 '종려나무숲'

'종려나무숲'은 1년 일정으로 거제 대우조선에 파견된 국제변호사(김민종)와 대우조선 여성근로자(김유미)의 감동적인 러브 스토리를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촬영 중이다. 공고지와 신선대, 바람의 언덕, 학동 몽돌해변, 저구~쌍근 해안도로 등이 주요 촬영지로 모두 해안 드라이브 코스인 14번 국도와 1018번 지방도변에 있다.

7~9월 개봉 예정인데도 촬영지마다 벌써부터 안내 팻말이 내걸려 있다. 촬영 장소를 헌팅해주고 택시기사로 출연까지 한 거제 에코투어 김영춘(35)사장은 "영화의 80% 이상을 거제에서 촬영해 그곳만 찾아가도 의미있는 섬 여행이 된다"고 말했다.

영화 속 주무대인 김유미의 집은 공고지에 있는 강명식(75)씨 개인 농장이다. 바닷가 1만 평 공간에 2000평 넓이의 종려나무숲 등 열대성 식물이 잘 가꾸어져 있다. 농장이 한눈에 들어오는 진입로 언덕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이 압권이다. 가파른 진입 계단 양쪽으로 하늘을 가린 동백나무 터널도 인상적. 내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고 멀리 해금강이 바라보이는 등 경관이 빼어나 '제2의 외도'로 불린다.

김민종이 김유미에게 사랑의 감정을 품는 계기가 되는 도장포의 신선대는 해안 기암괴석 지대로 대병태도 . 소병태도 등 섬들이 점점이 펼쳐진다. 김유미의 집으로 가는 계단으로 묘사된 건너편 '바람의 언덕' 또한 바다 조망이 빼어난 전망 포인트다. 남녀 주인공의 키스신이 촬영된 저구~쌍근 해안도로는 통영의 크고 작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드라이브 코스. 가는 길목에 있는 여차~홍포 해안도로의 전망대와 함께 최고의 뷰 포인트로 꼽힌다.

여행정보
해금강과 외도를 둘러보는 유람선 관광, 포로수용소는 기본 관광코스. 장승포항의 혜원식당(055-681-5021)은 전통 된장과 꽃게장으로 맛을 낸 꽃게탕과 해물탕이 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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