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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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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공자는『시로 일어나서 위로 서며, 음악으로 완성한다』(흥어시립어례 성어악)는 말을 했다. 인생이 원숙의 경지에 접어들면 조화를 알게 된다는 뜻이다.
영어「뮤진」의 어원도 고대그리스어「mousa」에서 유래한다.
『묵상한다』는 뜻이다.
역시 조화의 경지다.
유행가는 좀 다르다. 조화가 없는것은 아니지만「시끄러운 조화」다. 동양에도 일찌기 그런 유행가가 있었던 모양이다.『예기』의「악기」편엔 이런 얘기가 있다.
『…난세의 음악이 원한과 분노에 차있는 것은 그 정사가 사이에 어그러지기 때문이며, 망국의 음악이 애사를 떠는 것은 온 백성이 곤하기 때문이다.』
「정위의 음악」이 그것이다. 춘추난세에 정나라와 위나라의 유행가는 음탕해 인심을 어지럽혔다고 한다.
그러나『세상이 잘 다스려지고있을 때의 음악은 편안하고 즐겁다. 정치가 화평하기 때문이다』(치세지음 안이악 기정화)고 했다.
요즘의「디스코」풍이 초연대부터 폭풍처럼 불기시작한 것은 그런 척도로 보면 일리가 있는 것같다. 우선「3C」의 시대로 상징되는「모순」(콘트러딕션)과「혼돈」(컨퓨전)과「갈등」(콘프러테이션)의 시대적 산물이다. 바로「디스코」의 리듬이 그렇다.
이런 속에서도「보니·엠」의 노래는 어딘지 토색적인 야수와 페이도스(비장)가 흐른다. 스페인역사의 한 어두운 삽화를 담은『엘루테』와 같은 곡은 유행가이기전에 서사시이다.
이 시대를 풍미했던「아바」의『나는 꿈이 있다』(아이 해브 어 드림)와 같은 노래는 얼마나 우리마음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는가. 거칠고 절규하는 목소리지만「천사의 스피치」와도 같다.
요즘 어느 방송국이 우리나라의 인기가요를 조사한 것이 있었다. 30대이상의 세대들은 『눈물젖은 두만강』과『목포의 눈물』등을 1위곡으로 꼽았다.『나그네 설움』이나『홍도야 우지마라』도 상위곡으로 뽑혀있었다.
이런 노래들의 공통점은 식민치하에서의 충조와 탄?이다. 눈물에 젖지 않은 곡이 없다. 사연이라기엔 좀 지나치다. 비록 유행가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감상에만 익숙해 있는 것이다.
백년도 넘게 러시아의 지 서배를 받아온 핀란드의 국민들에게 갱기와 포망을 잃지않게 해준 것은 누구의 웅변이 아니라「시벨리우스」의 교잠시『필란디아』였다.
백결선생의 고사가 생각난다.
거문고의 명수었던 그는 선달그믐께 이웃집의 떡방아소리를 듣고 거문고를 방아 소리를 내어 가난한 아내를 위로했다고 한다.
오히려 유머와 해탈이 있지 않은가. 이것은 우리국민의 악천적인 일면이기도 하다. 술은 가락을 뜯지않은 백결이야말로 멋을 아는 사람이었다. 이제 우리는 눈물을 씻을 때가 되었다.
예는 백성의 마음을 절제하고 노래는 백성의 소리를 화합시킨다(예절민심, 악화민성). 옛말이 그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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