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최고위급 실세들 방한, 남북관계 개선 기대감 높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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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최고위급 인사들이 4일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을 위해 전격 남한을 방문하면서 경색됐던 남북관계가 개선국면으로 전환할지 주목된다.

북한은 고위 대표단을 최고의 실세들로 꾸린 점은 눈여겨볼만한 대목이다.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은 지난 5월 총정치국장에 오른 데 이어 지난달 25일 최고인민회의 제13기 2차회의에서 북한 최고국가기구인 국방위원회의 부위원장직까지 꿰차며 권부 2인자로 떠올랐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자신의 오른팔이자 2인자를 남한에 보낸 것 자체가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최룡해 노동당 비서는 지난달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위 부위원장직에서도 물러났지만, 정치적 영향력은 여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장성택 후임으로 지난달 국가체육지도위원장에 임명됐다.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는 당 정치국 후보위원, 당 중앙위원회 위원,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을 겸하며 오랫동안 북한의 대남정책을 총괄해왔다. 지난 8월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5주기를 맞아 개성공단에서 화환과 조전을 남측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런 최고위급 권력 실세들의 남한 방문은 분단 이후 사실상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쪽에서는 북한과의 오찬회담에 김관진 NSC 실장, 류길재 통일부 장관, 김규현 NSC 차장 등 안보라인 핵심들이 참석해 격을 맞췄다.

박근혜 정부는 그동안 “북한과의 관계에서 비선은 가동하지 않겠다”는 원칙 하에 고위급 접촉 등을 제의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최측근들을 남한에 보낸 것은 남한과의 실질적 대화 의지를 보인 것이라 의미가 깊다. 특히 최근 건강 이상설에 시달리는 김 위원장이 이를 통해 건재를 과시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김정은 정권은 그간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일본, 러시아 등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고립 탈피를 위한 외교 다변화를 꾀해왔다. 최근에는 이수용 외무상이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찾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이런 외교 전략이 좀처럼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지 않자 다시 ‘남북 관계 카드’를 집어들었을 가능성도 제시된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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