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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회장 후보, 내부 출신 5명 포함 8명 압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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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KB금융을 이끌 차기 회장 후보가 공개됐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2일 세 번째 회의를 열고 1차 후보군 9명을 공개했다. KB 재직 경력으로 따진 내부 출신으로는 김기홍 전 KB국민은행 수석부행장, 김옥찬 전 국민은행 이사부행장,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 지동현 전 KB국민카드 부사장,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 등 5명이 포함됐다. 외부 출신 중에는 양승우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회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이철휘 서울신문 사장이 포함됐다. 신분 공개를 거부한 나머지 한 명은 하영구 씨티은행장으로 알려졌다. 회추위는 당초 11명의 후보를 추렸으나 본인 의사를 확인한 결과 두 명은 KB 회장 직에 도전할 의사가 없다고 답해 제외했다고 밝혔다.

 후보군의 특징은 관료 출신의 퇴조다. ‘관피아(관료 마피아)’로는 재무부 출신인 이철휘 사장이 유일하게 포함됐다. 그나마 이 사장은 명단 발표 직후 사퇴의사를 밝혀 후보는 8명으로 줄었다. 대신 KB 내부 출신들이 다수 포함됐다. 회추위원장을 맡은 김영진 사외이사(서울대 경영학 교수)는 회의 직후 “KB가 과거 10년 이상 외부에서 온 CEO 때문에 문제가 있었다는 비판이 있다. 직원들이 내부 CEO를 원해 1만 명이 넘는 직원이 서명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성낙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이날 회추위에 참석해 “만약 외부출신 인사가 선임되면 노조 차원에서 항의 투쟁을 벌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해 임영록 회장이 선출됐을 땐 1차 후보군 11명 중 6명이 내부, 5명이 외부출신 인사였다.

 이날 회의는 오후 4시30분부터 5시간 넘게 진행됐다. 지난 일주일간 회추위는 외부 전문기관, 사외이사 등을 통해 100명이 넘는 후보군을 추천받았다. 2일 회의에선 84명으로 추린 명단에서 9명을 골랐다. 회추위를 구성하는 사외이사 9명이 1~5순위 후보를 정해 상위 득점자 순으로 선정한 것이다. 3일부터는 이들에 대한 정밀 검증에 들어갈 예정이다. 2차 후보군 4명을 추리는 4차 회의는 이달 16일 열린다. 이후 최종 후보자를 이달 말 결정한다. 최종 선임은 다음달 21일 주주총회에서 이뤄진다.

 현재로선 내부 출신 후보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KB 사태의 발단이 낙하산 인사에서 비롯된 만큼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물이 와야 KB금융그룹의 경영을 조기에 안정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내부 출신으론 김기홍 전 부행장과 김옥찬 전 부행장이 KB 내부 직원 신망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KB 개혁을 위해선 참신한 외부 인물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양승우 회장이나 이동걸 전 부회장이 부각된다.

 KB금융이 회장 추천 과정에서 후보군의 명단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회장 선출 과정이 ‘밀실 선임’이었다는 비판을 감안, 투명성을 확보하는 모양새를 갖추려는 취지에서다. KB금융 관계자는 “그 어느 때보다 민감한 시기에 이뤄지는 최고경영자(CEO) 인사인 만큼 최대한 선출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강하다”고 전했다.

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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