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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교육 "노조힘 믿고 과격행동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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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교육부가 (교육 현안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원영만 전교조 위원장)

"전교조도 과격한 모습을 자제해 주십시오. 이렇게까지 해서 얻을 게 뭐 있습니까. 교장 죽음에 대해서도 가슴 아프다고 하세요."(윤덕홍 교육부총리)

"했습니다."(전교조 참석자들)

"좀더 부드럽게."(尹부총리)

25일 서울시내 한 호텔 음식점에서 윤덕홍(尹德弘)교육부총리와 원영만(元寧萬)위원장 등 전교조 간부들이 만나 나눈 말이다.

교단 갈등을 대화로 풀자며 마련된 이날 조찬모임엔 양측이 교장 자살사건, 교육행정 정보시스템(NEIS), 반미 교육 등을 놓고 식사 자리에 어울리지 않게 가시돋친 설전을 두시간 가까이 벌였다.

尹부총리가 "남북 대화를 하는 것 같다"고 표현한 것처럼 현안에 대한 견해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양측은 모임 내내 이견만 확인했다.

전교조 참석자들은 시작부터 보성초등학교 서승목(徐承穆)교장의 자살사건에 대해 교육부의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사건 당일 교육부가 "전교조의 사과 요구로 교장이 숨진 것으로 보인다"는 내부자료를 만든 것은 처음부터 전교조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전교조 죽이기'였다는 주장이다.

"사과하라"는 전교조측 참석자들의 요구에 대해 배석한 교육부 관료들은 "식사나 하면서 얘기하자"고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 했으나 "밥이나 먹고 인사나 하기 위해 여기 온 줄 아느냐"는 면박을 당했다.

또 전교조 참석자가 "부총리도 교육부를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에 터를 잡은 관료와 전교조가 대립하고 있는 것"이라고 몰아붙이면서 분위기는 삽시간에 굳어버렸다.

또 반전 수업과 관련, 尹부총리가 "반전 퀴즈 문제는 너무 자극적"이라고 밝히자 장혜옥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이 "단 3개 항목만 찍어서 문제삼느냐"고 응수하기도 했다.

특히 元위원장은 NEIS에 관해 교육부의 양보를 수차례 요구했다. 그는 "(보성초등학교 사건으로) 전교조를 코너에 몰아넣은 데 대한 명예회복 차원에서라도 NEIS에 대해 분명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NEIS와 관련해 학생들의 신상.병력.학적 기록 등이 인터넷에 유포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들어 교무.학사.보건 등 3개 영역은 NEIS에서 제외해줄 것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尹부총리가 "3개 영역이 빠지면 대학입시가 안된다는데"라고 반문하자 "전혀 문제 없다. NEIS 안 한다고 나라가 망하느냐"는 전교조측의 반론을 듣고 말았다.

전교조측의 목소리가 커지자 尹부총리는 전교조를 '물고기'에 비유하며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그는 "물(학생.학부모)을 떠난 고기가 어떻게 살 수 있나. 전교조 우산 속에서 이상한 짓을 하는 교사가 많다고 교장들이 얘기한다. 전교조가 한국 교육을 위해 과격하게 나서지는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특히 元위원장에 대해서는 "유연한 자세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元위원장은 "교사는 약자"라며 "교육부가 가지려고만 하지 말고 내놔야 교단이 안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전교조는 NEIS에 관한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다음달께 연가투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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