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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출판] 지식경영서의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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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과학이 이념의 시대에 필수적 교양이었다면, 경제경영서는 자본주의 사회의 교양이다.

국내의 경우 국제통화기금(IMF)이후 전 국민의 경제지식이 높아진 이래 평범한 샐러리맨이라도 경제경영서를 읽지 않고는 살기 어려운 사회가 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과거 중역실에 꽂혀 있던 '브리태니카 백과사전'이나 인문교양서적들은 사라지고 경제경영서들이 서가를 장식한다.

저급할 수도 있는 처세서로 여겨졌던 인재 활용술 등을 다룬 경제경영서가 리더십이나 조직관리라는 이름으로 각광받으며, 사서 두고 보는 책으로 부각되고 있다.

'상경'이나 '변경'(이상 더난)은 이런 독자들의 심리를 파악한 책이다. 중국 거상 호설암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흥미롭게 쫓아가며 중국인의 상술과 상도의 핵심을 현대적으로 풀어보는 '상경'은 5백64쪽의 두툼한 분량에 하드커버다.

2003년 3월 출간돼 출간 3주 만에 2만5천부가 판매된 '변경'은 중국 삼국시대 위나라 사람인 유소의 '인물지'를 바탕으로 쓰여진 인재 활용 경전이다.

이 책 역시 6백64쪽에 하드커버다. 언뜻 봐서는 두툼한 교양서인지 인재 활용술을 담아낸 경제경영서인지 모를 정도로 인문학적 외피를 둘러쓴 경제경영서다.

피터 드러커의 'Next Society'(한국경제신문사)나 전 GE 회장 잭 웰치의 '끝없는 도전과 용기'(청림출판)같은 경제경영서의 대가급 작가들의 책이 국내에서 폭넓게 소비되는 것도 비슷한 현상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읽었다는 'Next Society'를,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이 추천한 '끝없는 도전과 용기'를 읽지 않을 강심장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정말로 당장 필요해서라기보다는 대화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유명작가의 소설책을 읽었던 것처럼 경쟁사회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찾아 읽는 것이다.

2000년에 비해 2002년에 경영전략.경영혁신서는 1천6%, 트렌드.미래예측서는 1천5백1%, 취업.유망직업 관련서는 9백45% 성장했다. 바야흐로 5년 차, 10년 차라는 직장 경험이 능력을 말해주던 시대는 가고 전문지식과 자신만의 노하우로 직장인의 시장가치가 평가되는 지식경영의 시대다.

한미화<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실장>

◇바로잡습니다=지난 주 원고 '부자 조망한 책' 중 '부자아빠의 진실게임'은 아라크네 출판사가 아니라 '미래의 창'임으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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