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강국 코리아, R&A 회원 둘뿐이라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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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크 월(52·호주·사진) R&A 아시아 디렉터가 아시안게임 골프 참관차 한국에 왔다. R&A(The Royal and Ancient Golf Club of Saint Andrews)는 국내에서 흔히 ‘영국왕립골프협회’로 번역되지만 이보다는 매우 복잡하다. 공적인 협회라기보다는 사적인 클럽이며 영국에서 ‘로열(Royal)’ 작위를 받은 여러 골프클럽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권한은 막강하다. 골프 규칙을 주관하고, 디 오픈 챔피언십을 관장한다. R&A 회원이 되는 것은 대부분의 진지한 골퍼들의 꿈이다.

 월은 “R&A 회원은 전 세계 2500명 정도다. 아시아에선 일본·홍콩·인도인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 회원은 허광수 대한골프협회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뿐이다. 월은 “한국은 골프 강국이고 경제력도 크다. R&A 회원이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R&A가 한국 골프클럽들처럼 돈으로 멤버십을 사는 것은 아니다. 월은 “기존 회원에게 추천을 받는다. 추천을 한 회원이 클럽 내에서 신망이 높을수록 회원이 되기 쉽고 골프에 대한 애정이 많고 에티켓이 좋아야 한다”고 했다.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금녀의 클럽이었던 R&A는 2주 전 투표를 통해 여성 멤버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투표는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와 함께 커다란 관심을 받았다. 월은 “몇 개월 내에 10여 명의 여성 멤버가 생기고 따라서 남성 중심의 골프 위상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올해 디 오픈 챔피언십은 모든 선수가 1번 티에서 출발한다는 전통을 깼다. 월은 “매우 많은 비가 예보돼 있었다. 그래서 1번과 10번으로 나눠서 경기했는데 예상대로 종료 20분 만에 억수 같은 비가 내렸다. 하마터면 경기를 못 치를 뻔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통을 지키는 것이 오픈 챔피언십을 만든다. 그러나 전통은 새로운 기술과 함께 결합할 수 있어야 한다. 대회장에 와이파이를 설치해 갤러리들 휴대전화로 경기를 더 잘 볼 수 있게 했고, 전자식 리더보드도 코스에 세웠다. 디 오픈 챔피언십이 더욱 멋지게 변했다”고 말했다.

인천=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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