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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공무원노조 겁내다 국민한테 버림받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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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공무원연금 개혁은 지난 2월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할 때 가장 중요한 혁신 어젠다 중의 하나로 제시됐다. 개혁과 혁신은 남한테 하라고 요구할 때보다 자기가 먼저 실천할 때 진정성을 얻는 법이다. 어제 청와대 수석들과 정부의 국무조정실장,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등 이른바 당정청 회의가 열렸으나 1~2주 뒤에 정부안이 나올 것이란 발표 외에 알맹이가 없었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지난 22일 새누리당이 연금학회를 앞세워 정책토론회를 하려다 공무원 노조의 물리적 방해로 무산된 데 이어 노조의 연금학회 공격과 집단 시위로 한창 뜨거운 이슈다. 나라의 가장 중요하면서도 시급한 현안에 대해 당정청 의사결정기구가 뚜렷한 원칙과 방향을 밝히지 못했으니 집권세력의 무능과 무책임을 드러낸 것이다. 새누리당의 경제혁신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한구 의원이 ‘당정청이 서로 총대를 메려 하지 않는다’는 비판에 “사실이다. 나라를 위해서 필요하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 하지만 자기가 나서면 집중적인 공격의 대상이 될까 봐 아무래도 피하게 된다”고 한 토로가 이런 사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공무원 노조는 새로운 공격 타깃으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목하고 그를 무력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공무원연금이 적자를 메우기 위해 생때같은 국민의 세금을 1년에 수조원씩 삼키고 국민연금보다 두 배 이상 혜택을 챙겨가는 괴물이 돼버렸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2007년 국민연금과 함께 수술을 받았어야 했던 공무원연금이 그때를 놓친 건 소관 부처인 안전행정부(당시 행정안전부)의 나태와 무성의 때문이었다. 어제 당정청 회의에서 개혁법안의 성안(成案) 주체를 당에서 정부로 바꿨는데 과연 안행부가 어느 정도 자기 뼈를 깎는 희생을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당은 수백만 공무원 가족표가 날아갈까 봐 전전긍긍하고 청와대는 당정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뒷짐지는 일이 생겨선 안 된다. 집권세력과 그 일원들이 공무원노조의 조직과 선동전에 겁을 먹고 우습게 보이다간 노조 이전에 국민한테 버림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