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 우울증 극복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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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직업을 경험할 수 있는 직업 체험 테마파크가 어린이들의 스트레스 해소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키자니아’에서 직업 체험을 즐기러 온 초등학생들 모습.

 ‘세상 모든 어린이는 충분히 쉬고 놀 권리가 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31조다. 어린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려면 사회적·환경적으로 아동의 놀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어떨까. 어린이를 학업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부터 보호할 대책이 시급한 게 현실이다.

 소아·청소년 우울증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해 발표된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 학생 중 15만명 이상이 심리상담을 필요로 하는 상태며, 이 중 4만6000여 명은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전문가들은 소아·청소년 우울증의 주요 원인으로 지나친 사교육과 학업 스트레스를 꼽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2010년 기준 86.8%로 일반 고교의 학생 평균(61.1%)보다 높다. 2012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등학생의 여가시간은 하루 평균 195.6분으로 선진국 어린이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마음껏 놀거나 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중독·무단결석 같은 행동으로 나타나
 지나친 사교육은 소아·청소년 우울증으로 이어진다. 소아·청소년 우울증은 특히 초등학생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한림대 성심병원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홍현주 교수팀이 군포시 정신건강증진센터와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하루 4시간 이상 사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 중 30%가 우울 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공격성·문제행동 등 주로 초등학생에게 나타나는 증상이 사교육 시간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인제대 일산백병원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박은진 교수는 “학원 수업은 경쟁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커 자율적인 친구 관계를 맺기 어렵고, 아이와 어른 간 의사소통도 수직적인 경우가 많다”며 “과도한 학습은 스트레스로 이어져 심한 경우 우울증까지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또 “하루 사교육 시간이 세 시간이 넘으면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해 아동의 정서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어린이 우울증은 무단결석이나 게임중독·가출·비행 같은 행동으로 나타난다. 또 원인을 알기 힘든 각종 신체 증상을 호소하고 갑자기 성적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전형적인 증상만 보이는 성인 우울증과 달리 개인마다 특이한 증상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무엇보다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이를 주의 깊게 지켜보면서 필요한 것을 파악하고, 그것을 스스로 얻어낼 수 있도록 적절히 도와줘야 한다. 한림대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나래 교수는 “아이가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인다고 해서 어른이 먼저 당황한 모습을 보이거나 통제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아이의 말을 충분히 들어주고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체험·놀이 한꺼번에 직업 테마파크 인기
 어린이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 부모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놀이시간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학업에 지친 아이들에게 주기적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 놀이나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부모가 많다.
 초등학교 5학년 딸을 키우고 있는 주부 이동미씨는 아이가 학원 대신 체험학습장을 주기적으로 방문할 수 있게 지도하고 있다. “공부 스트레스보다 즐겁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는 이씨는 “앞으로 10년 이상 공부해야 하는 딸에게 벌써부터 공부 압박을 주고 싶지 않다. 하지만 마냥 놀게만 놔둘 수는 없어 도서관·박물관과 직업 체험 테마파크 등 아이가 흥미를 느낄 만한 체험 공간에 자주 방문한다”고 말했다.
 학업에 찌든 아이들의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선 체험학습이 효과적이다. 특히 직업 체험 테마파크는 놀이와 체험학습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어 인기다. 부모와 아이들에게 만족도가 높은 직업 체험 테마파크로는 ‘키자니아’가 대표적이다.
 서울시 잠실동에 위치한 키자니아 서울은 실제 도시의 모습을 축소해 놓은 공간에서 80여 가지의 직업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국내 최초 어린이 직업 체험 테마파크다.
 키자니아의 모든 직업 체험 활동은 역할놀이 형태로 이뤄져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체험 과정 중 어린이들은 수퍼바이저(체험활동 운영지도자)나 친구들과 대화하게 된다.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끼리 수평적 대화를 한다. 이때 어린이는 존중받고 있음을 느낀다. 이 밖에도 체험활동을 완수한 어린이에게는 본인이 만든 결과물, 자격증 또는 화폐(키조·KidZo)를 줘 직업에 대한 보람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힐링유소아청소년마음클리닉 김지순 부원장은 “자녀에게 일방적인 강요가 아닌 스스로 선택하게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래 친구들과 즐겁게 놀면서 체험하는 시간을 통해 사회성·책임감·성취감을 배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신도희 기자 toy@joongang.co.kr, 사진="김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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