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닥친 극우정당 열풍, 프랑스에도 재연

중앙일보

입력

28일 치러진 프랑스 상원의원 선거에서 대중운동연합(UMP)·민주독립연합(UDI) 등 우파가 승리했다. 29일 개표 결과가 나오겠지만 우파 연합이 전체 의석(348석)의 절반을 웃도는 189~199석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집권당인 사회당은 3월 지방선거, 5월 유럽의회 선거에 이어 3연속 패배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지역구에서도 사회당 후보가 졌다.

프랑스와 유럽에선 이 결과 못지않게 극우정당의 약진이 화제다. 주요 헤드라인이 “프랑스의 극우정당이 상원에 진출하다”(BBC)란 식으로 달릴 정도다.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전선(FN)은 마르세이유·프레쥐스에서 승리함으로써 처음으로 상원에 진출했다. 지방선거·유럽의회선거에 이은 세 번째 선전이다.

르펜 자신도 “기대했던 것 이상”이라며 “역사적 승리”라고 감탄했다. 이어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우리의 주장이 점점 더 먹혀 들고 있다”고 말했다. 마르세이유에서 당선된 스테판 라비에르는 “우리에게 남은 문은 하나뿐으로 (대통령 거처인) 엘리제궁”이라며 “2017년 대선에서 르펜이 해낼 것"이라고 기세를 올렸다. 최근 르펜이 올랑드 대통령을 앞섰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이처럼 유럽연합(EU)에 회의적이면서 극우 또는 극우에 가까운 정당의 약진은 프랑스만의 현상은 아니다. 독일에서도 반(反)유로를 내세운 ‘독일을 위한 대안’ 정당이 제도권 정당으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최근 튀링겐·브란덴부르크·작센주 선거에서 각각 9.8%, 10.6%, 12.2%를 득표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그의 기민당(CDU)이 그간 무시 전략을 재고해야 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게 독일 정치권의 평가다.

최근 스웨덴 총선에서도 스웨덴민주당이 2010년보다 몸집을 두 배나 불려 전체 의석의 14%인 49석을 차지했다. 선거에서 승리한 사회민주당 당수인 스테판 뢰프벤이 과반 연정을 구성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요인이 되고 있다.

영국에서도 집권당인 보수당 의원 두 명이 최근 영국독립당(UKIP)으로 당을 옮겨서 보수당이 발칵 뒤집혔다. 보수당이 강세를 보이는 곳에서 UKIP이 선전함에 따라 보수당도 방관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장차 보수당 당수 후보로 여겨지는 보리스 존슨 런던시장이 나서 “UKIP으로 가는 건 완전히 제정신이 아닌 일”이라며 “(내년 총선에서) 노동당 정부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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