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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0조원 세계 의약품시장 ‘혁신 신약’ 앞세워 뚫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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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산업이 세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대로는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높아지면서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수십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다국적 제약사들과 세계시장에서 경쟁을 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아직까지 성과를 낸 기업을 꼽기는 힘들다. 하지만 최근 골리앗과 당당히 맞설 단단한 돌(혁신신약)을 집어든 토종 제약기업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블록버스터급 신약 개발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준비하는 제약사와 대표 제품을 소개한다.

JW중외제약 연구원들이 혁신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의약품 효능·효과 실험을 하고 있다.

국내 제약산업은 발전 가능성이 크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IMS에 따르면 세계 의약품 시장은 1040조원 규모다. 자동차·반도체 세계시장을 합친 것보다 크다. 하지만 국내 제약시장은 최근 몇 년간 시련의 연속이었다. 리베이트 규제로 의약품 영업환경은 빠르게 변했다. 또 지금까지 든든한 자금줄 역할을 했던 제네릭(복제약) 수익성은 점점 악화됐다.

자동차·반도체보다 큰 글로벌 제약시장

제약업계가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주목한 것은 혁신 신약·바이오베터·해외 진출이다. 국내 제약산업 기술력은 세계 상위권 수준이다. 한국은 미국·영국·일본 등과 함께 세계 열 번째 신약 개발국이다. 우리나라는 1999년 SK케미칼에서 위암치료제 ‘선플라주’를 최초로 개발한 데 이어 올해 9월 시판 허가를 받은 카앨젬백스의 췌장암 치료제 ‘리아백스’까지 21개 신약을 보유하고 있다. 신약은 개발기간이 길고 제품화가 까다로워 자체적으로 개발·생산할 수 있는 나라를 손으로 꼽는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혁신 신약은 상품화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성공 확률도 낮다. 하지만 일단 개발에 성공하면 단숨에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해외시장 공략이다. 국내 시장만으로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정책규제가 강화되면서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11년부터 정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인구고령화·만성질환의 증가로 중국·브라질·인도·러시아·터키·태국·인도네시아 등 신흥 제약 시장, 이른바 파머징(pharmerging·pharmaceutical+emerging) 마켓이 주목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글로벌 제약 시장은 미국·유럽이 독주했다. 이들 파머징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14%에 불과했다.

이들 지역은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고 소득수준이 향상되면서 이전보다 의료 인프라가 갖춰지기 시작했다. 이전보다 의약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2011년 20% 수준으로 성장했던 파머징 시장은 2016년에는 30%로 급증했다. 최근 글로벌화 1차 타깃이 미국·유럽에서 파머징 국가로 바뀌고 있는 이유다. 유유제약·보령제약·종근당 등 이들 지역에 적극 진출하고 있는 국내 제약기업 역시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현대증권 김태희 연구원은 “국내 제약기업의 연구개발(R&D) 능력이 향상되면서 경쟁력 있는 의약품을 중심으로 수출 증가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10위 기술력 바탕 신흥 시장 공략

미국·유럽 등 제약 선진국에 자체 개발한 신약을 들고 직접 진출하는 경우도 늘었다. 향후 5년간 시장 성장률은 한 자릿수로 낮지만 아직까지 제약시장 중심이기 때문이다.

 동아ST는 수퍼박테리아 항생제 신약 ‘시벡스트로’를 미국 시장에 진출시키는 데 성공했다.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시판 승인을 받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2003년 LG생명과학이 2003년 항생제 ‘팩티브’로 승인을 받은 이후 두 번째 성과다. 수퍼박테리아 항생제는 기존 항생제에 내성이 생겨 쉽게 죽지 않는 강력한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증을 치료한다. 기존 제품보다 치료효과가 짧고 뛰어나다. 현재는 동아ST는 유럽·캐나다 등에서도 시판 허가를 진행 중이다.

독자 개발한 신약으로 미국·유럽 진출

JW중외제약은 윈트(Wnt) 표적항암제 신약 기술특허를 일본에 라이선스 아웃했다. 이 기술은 정상세포를 암세포로 바꾸는 신경신호인 Wnt 신호를 차단해 암세포 내성과 재발을 막는다. JW중외제약은 이 특허기술을 일본 내에서도 항암제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바이오 기업 프리즘 파마에 수출한 것. 지금까지 국내 제약사가 임상단계에 있는 신약 후보물질을 수출한 적은 있지만 원천 특허기술을 라이선스 아웃한 사례는 JW중외제약이 처음이다.

유한양행은 수준 높은 원료의약품 생산·개발 인프라로 해외 공략에 나선다. 좋은 의약품은 원료가 중요하다. 엄격한 국제 품질기준을 충족하는 우수의약품관리기준(cGMP) 시설을 갖춰 선진시장 진출을 위한 생산 인프라를 조성했다. 원료 합성 기술력을 인정받아 다국적 제약사의 의약품을 대신 생산한다. 유한양행의 의약품 생산기술 자체가 수준이 높다는 의미한다. 올해는 C형간염 치료제·에이즈 치료제 등의 원료 의약품 수출을 늘려가고 있다.

 셀트리온은 항체 바이오 의약품 분야 가능성을 제시했다. 류머티스관절염 치료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통해서다. 이 약은 유럽의약품청(EMA)에서 판매 승인을 받으면서 한국은 물론 유럽 의약품 허가 절차를 통과한 세계 첫 항체바이오시밀러로 기록됐다. 약효가 좋고 오리지널 대비 약값이 절반 이하로 저렴해 유럽 시장 공략이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외에 녹십자는 주력 부문인 혈액제제와 백신 분야를 비롯한 바이오베터 등 다양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와 면역글로블린제제 ‘아이비글로블린에스엔’의 미국 시판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권선미 기자 byjun300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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