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보배' 이병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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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LG의 4번마는 적토마다.

호타준족의 대표적인 선수로 오랫동안 LG의 1, 2번 타자를 맡았던 '적토마' 이병규가 4번타자로 변신했다. 성공적이다. 이병규는 지난 23일 현재 타율 0.370(5위) 에 최다안타(20개)와 타점(12개)부문에서 모두 3위를 달리고 있다.

이병규는 김재현.서용빈의 공백에다 유지현.마르티네스 등 주력 타자의 부진까지 겹쳐 팀 타율이 0.213으로 부진한 LG 타선을 힘차게 끌고 가고 있다.

23일 라이벌 두산과의 잠실경기 1회 무사 만루에서 두산 에이스 박명환을 무너뜨리는 우중간 2타점 2루타를 쳤고, 7회에는 왼손 타자인 자신을 막으러 올라온 왼손 투수 차명주에게 결승타도 때렸다. 5타수 4안타로 4번타자 몫을 톡톡히 했다. 최근 팀의 3승이 모두 그의 결승타점으로 인한 것이다.

홈런은 2개로 적은 편이다. 하지만 이병규는 여유가 있다. "시원한 홈런을 보여주지 못해 팬들에게 미안하기도 하지만 꼭 홈런 쳐야 4번타자인가. 알맹이(타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4번타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고 한다.

LG 이광환 감독은 "이병규가 지난 시즌 4번을 맡았던 마르티네스보다 훨씬 찬스에 강하다고 판단해 이병규에게 4번 자리를 맡겼는데 대단히 만족한다"고 말했다. 신바람 LG에는 찬스에 강하고 빠른 선수가 홈런 타자보다 더 효용이 있다는 것이 이감독의 생각이다.

이병규는 수비 포지션도 변화가 있다. LG는 외야수는 넘쳐나고 1루수 요원은 부족하다. 두산 정수근과 함께 프로야구 최고의 중견수로 이미지가 각인된 이병규지만 팀을 위해 중견수와 1루수를 오가며 수비한다. 그래서 이병규는 외야수용 글러브와 1루수 미트를 함께 가지고 다닌다. 1루수 미트는 옛날 기분을 느끼기 위해 대학 시절 쓰던 낡은 미트를 쓴다. 자신은 "하도 오랜만이라 수비하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뛰어난 수비가 나오기도 한다. 지난 19일 기아와의 광주 더블헤더 2차전에서는 7회부터 1루수로 바꿔나와 1-0이던 9회말 1사 1루에서 기아 더그아웃 안쪽으로 들어가는 파울플라이를 잡아내는 등 수비에서도 맹활약이다.

LG는 23일 현재 8승6패로 4위를 지키며 중하위권이라는 시즌 전 예상을 넘어서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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