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금리 얘기 안했지만 척하면 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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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금리의 ‘금’자도 얘기 안 했지만 척하면 척이다.”(최경환 경제부총리, 21일 호주에서)

 “성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정책을 했지만 재정·통화정책만으론 한계가 있다.”(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24일 경제동향간담회에서)

 금리정책을 둘러싸고 거시경제정책의 키를 쥔 두 수장이 다시 한번 신경전을 벌였다. 먼저 ‘장군’을 부른 건 최 부총리다. 그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호주를 방문하는 동안 이 총재와 사석에서 만났다. 이 만남을 소개하면서 최 부총리는 “금리에 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척하면 척 아니겠느냐”며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를 에둘러 압박했다. 한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2.5%에서 2.25%로 낮췄다.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은 금리를 동결했지만 다음 달엔 한 차례 더 금리를 낮추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시장에 퍼진 상황에서 최 부총리 발언은 미묘한 파장을 불렀다.

 그러자 이 총재는 이날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성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정책을 했지만 사실 재정·통화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멍군’으로 응수했다. “(정부가) 연초에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있지 않나. 실천하는 게 문제”라고도 했다. 그는 또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구호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에 빗대 “바보야, 문제는 실천”이란 말로 구조개혁 실행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총재는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도 역설했다. “적극적으로 정책을 한다고 해도 실천하는 게 문제다. 구조조정은 국내 (여론의) 지지도 받아야 하고 정치권의 지지도 받아야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한은에만 금리 인하를 압박하지 말고 정부와 정치권도 제 할 일 좀 하라는 주문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그렇다고 이 총재가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아예 닫은 건 아니다. “두고 보자”며 여지를 뒀다. 한은 내부에선 최 부총리가 금리정책에 관해 언급하는 데 대해 불편한 기색이다. 부총리가 금리를 낮추라고 압력을 넣을수록 한은의 입지만 좁혀 오히려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한은 금통위는 다음 달 15일 열린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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