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엔 버버리 백 … 평양 호텔 와이파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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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이트 교수와 함께 북한에 여행 간 외국 여성이 원산농업대 여학생들과 기념촬영하는 모습. 대부분 굽 높은 구두를 신었고 왼쪽에서 둘째 여학생은 모조 버버리 백(하얀 원 안) 들었다. [사진 스티븐 슈이트 교수]

“상당히 개방적이었다.”

 지난 6월 30일부터 7박8일간 북한 각지를 여행한 영남대 스티븐 슈이트(교양학부·사진) 교수의 소감이다. 24일 경북 경산시 영남대에서 만난 그는 “평양에 유명 브랜드 운동화를 신고 영어가 적힌 야구모자를 쓴 청소년이 드물지 않았다”고 했다. 또 “원산농업대에서는 버버리 백을 든 여학생을 봤다”고 덧붙였다. 슈이트 교수가 찍은 사진을 본지 패션담당 기자가 확인한 결과 버버리 백은 옆쪽 이음매 부분에 격자 무늬가 들어맞지 않는 모조품이었다.

평양 볼링장에서 사용하는 볼링 공.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MADE IN USA)’라고 선명히 찍혀 있다. [사진 스티븐 슈이트 교수]

 평양 볼링장에서는 미국산 볼링공을 사용했다. 평양에서 지하철을 탔을 때 은발이라 머리와 턱수염이 하얀 그를 보고 한 북한 남성이 여행가이드를 통해 “할아버지 앉으시라”며 자리를 양보했다.

 슈이트 교수는 “평양의 호텔 로비에서는 무선인터넷이 잡혀 한국의 아내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며 “남녀 두 명이 늘 감시하듯 가까이 있었지만 제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묵었던 호텔 중에는 변기에 물이 나오지 않아 욕조에 받아놓은 물을 퍼서 변기 물을 내려야 하는 곳도 있었다고 한다. 중국 베이징을 출발해 7박8일간 북한을 돌아보는 여행상품 가격은 1인당 2600달러(약 270만원)였다.

 슈이트 교수의 여행기와 사진은 중앙일보 뉴스 사이트(https://www.joongang.co.kr)와 슈이트 교수 블로그(koreanbookends.blogspot.com)에 있다.

대구=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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