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늘이다' '늘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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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글로벌의 분식회계(粉飾會計) 규모가 불어나면서 우리 경제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분식회계란 기업이 회사 실적을 좋게 보이기 위해 자산이나 이익은 부풀리고 부채는 줄여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것이다.

고무줄을 '늘였다' 줄였다 하듯이 자산.부채를 마음대로 '늘렸다' 줄였다 해 적자를 흑자로 둔갑시킴으로써 주가를 유지하고 은행으로부터 자금조달을 용이하게 한다.

'늘이다'와 '늘리다'는 어떻게 구분해 써야 할까.

'늘이다'는 '고무줄을 늘이다' '엿가락을 늘이다' '바지 기장을 늘이다' '새끼 줄을 늘이다'와 같이 길이를 본디보다 길게 할 때와 '주렴(발)을 늘이다'처럼 아래로 처지게 할 때 쓰인다.

'늘리다'는 '학생 수를 늘리다' '살림을 늘리다' '세력을 늘리다' '체중을 늘리다' '쉬는 시간을 늘리다'와 같이 수량.재산.세력.능력 등이 원래보다 커지거나 나아질 때 또는 시간이 길어질 때 쓰인다.

늘였다 줄였다 할 수 있는 고무줄과 같이 길이에 관계되는 것에 '늘이다'를 쓰고, 수와 양 등 그 외의 것에는 '늘리다'를 쓴다고 단순화해 생각하면 쉽다.

좋은 것은 늘리고 부끄러운 것은 줄여 남에게 잘 보이고 싶은 게 인간의 본능이지만, 겉만 번드레한 화장(粉飾)으로 유혹해 은행과 투자자를 울리고 국가경제를 좀먹는 분식회계는 없어져야 한다.

배상복 기자

※과거 기사 검색은 joins.com 초기 화면 중 [투데이] '우리말 바루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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