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선거를 달라" … 홍콩 대학생 1만3000명 동맹휴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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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 방식에 민주화 세력이 반발하며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22일 홍콩 중문대학에서 24개 대학의 대학생과 교수 1만3000여 명이 동맹휴업을 결의하며 시위하고 있다. [홍콩 로이터=뉴스1]

“우리에게 진정한 보통선거를 달라.”

 홍콩의 24개 대학생들이 동맹휴업에 들어갔다. 2017년 처음으로 치러질 홍콩 행정장관 직접선거 방식에 대한 베이징 당국의 결정에 정면으로 맞선 것이다. 행정장관은 일국양제(一國兩制) 원칙에 따라 고도의 자치가 보장되어 있는 홍콩의 최고 통치자다.

 동맹휴업 첫날인 22일 중문대에서 열린 연합집회에는 홍콩 대학생 1만3000여 명이 참여했다. 교수·교직원 400여 명도 수업거부 투쟁을 지지하는 청원서에 서명하고, 일주일간의 동맹휴업에 참가한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무료 강의를 진행키로 했다. 이들은 홍콩 민주화를 주장하는 야당 및 범민주파 시민단체와 연대 투쟁을 펼치고 있다.

 학생·야당의 반발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행정장관 선거 방안이 보통선거와는 거리가 멀다는 데 있다. 전인대 방안에 따르면 입후보자는 1200명으로 구성된 지명위원회에서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는 2∼3명으로만 제한된다. 중국 공산당은 입후보자가 ‘애국애항(중국과 홍콩을 사랑한다는 뜻)’ 인사여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건 ‘애국’이다. 입후보자가 반드시 당원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공산당 통치에 반대하는 사람은 출마할 수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비서장 리페이(李飛)는 “행정장관은 공산당을 지지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중국 당국의 이러한 방침은 홍콩 정책의 기조가 바뀌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시진핑(習近平) 정부는 홍콩의 안정과 지속적 번영에 무게를 둔 이전 정부와 달리 홍콩에 대한 베이징의 직접 통제를 강화하려 한다. 지난 6월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최초의 ‘홍콩 백서’는 “홍콩에 장기적으로 누적되어 온 모순이 드러나고 있다”며 “홍콩인에 의한 홍콩 통치에는 한계와 기준이 따른다”고 적시했다. “일국양제에서 더 중요한 것은 일국”이란 표현도 등장했다. 앞으로 홍콩에 대한 특별 대우가 점점 사라질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도 읽히는 부분이다.

 이는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홍콩의 주권이 반환된 이후 20년 만에 실시되는 직접선거를 기대해 온 다수 주민들을 실망시켰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주민 1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53.7%가 ‘전인대의 결정을 거부해야 한다’고 밝혀 ‘찬성한다’는 의견(29.3%)을 크게 앞질렀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입장은 확고하다. 시 주석은 22일 둥젠화(董建華) 초대 행정장관과 아시아 최고 부자인 리카싱(李嘉誠) 청쿵(長江)그룹 회장 등 홍콩 지도층 인사 40명을 만난 자리에서 “중앙 정부의 홍콩에 대한 기본 방침과 정책은 바뀌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화 세력은 투쟁 강도를 높여나갈 기세다. 특히 중국의 건국기념일인 10월1일엔 홍콩의 국제적 금융 중심가인 센트럴을 점령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긴장이 고조되자 17년간 안정을 누렸던 주민들이 불안해하는 조짐도 엿보이고 있다. SCMP는 21.2%의 설문 응답자가 ‘이민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일국양제=사회주의인 중국이 홍콩이나 마카오 에선 자본주의 체제를 인정하는 통치 체제. 홍콩에 대해선 외교·국방을 제외한 분야에서 고도의 자치를 50년간 약속하고 홍콩기본법을 제정해 언론 자유, 사법 독립 등을 인정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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