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먹을 만큼만 … '꾸러미 농산물' 의 매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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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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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일산에 사는 미혼 직장인 권모(26·여)씨는 지난 봄까지 먹거리를 살 때 대형마트를 이용했다.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사야 생활비를 아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그러다가 권씨는 집에서 먹지 못하고 버리는 우유·야채·과일이 많아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마트에 가면 주로 묶음 단위로 물건을 사는데, 이를 다 먹기도 전에 신선도가 떨어지거나 유통기한이 지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권씨는 최근 집 주변에 문을 연 ‘로컬푸드 직매장’으로 장보기 장소를 옮겼다. 처음엔 ‘가격은 조금 비싸더라도 필요한 만큼만 사 먹는게 오히려 생활비를 아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으로 직매장을 찾았다. 그런데 물건 가격이 대부분 대형마트와 비슷했고, 20% 정도 더 싼 것도 많았다. 무엇보다 주변 농가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과일이 아침마다 진열된다는 게 권씨 마음에 들었다. 일요일에도 항상 문을 연다는 점도 권씨가 직매장을 선택하게 된 이유다. 권씨는 “신선하고 값싼 식재료를 언제든 살 수 있고 음식물쓰레기 걱정까지 덜 수 있어서, 나 같은 싱글족이 이용하기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맘 김은아(35)씨는 지난 휴가철 친구 가족과 캠핑을 가기 전 ‘꾸러미’ 서비스를 이용해 장보기를 끝냈다. 꾸러미는 지역 농가에서 각종 고기·채소·과일을 한두 번 식사에 필요한 만큼만 포장해 보내주는 서비스다. 김씨가 이전까지 캠핑을 준비할 땐, 필요한 먹거리를 친구들과 상의해 골랐지만 이번엔 꾸러미를 이용해 시간을 절약했다. 음식을 남겨 버리는 양도 크게 줄었고, 배송 받은 제품도 유정란이나 유기농 두부 같은 고급 재료여서 먹는 재미를 더했다. 김씨는 “친구끼리 장보는 데 시간·의견을 맞추느라 신경쓸 필요가 없어 간편했다”며 “야외에서 몸에 좋은 재료를 써 요리를 한다는 생각에 여행 만족도도 올라갔다”고 말했다.

 그동안 농산물 직거래는 정기적으로 일정 시간에만 열리거나 이벤트 성격으로 만들어지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최근엔 직거래 수요가 늘면서, 이처럼 소비자 취향에 맞는 다양한 형태로 세분화되고 있다. 권씨가 이용하는 직거래 형태인 직매장은 지난해 10월엔 전국에 10곳 뿐이었지만, 최근엔 54곳으로 늘었다. 유통업체 한두 곳이 일괄적으로 물건을 사들여 파는 일반 직거래와 달리, 농민이 직접 가격을 매기고 포장까지 해 매장에 내는 형태다. 이 때문에 생산자의 책임감이 커지고 그만큼 품질도 좋아져, 소비자 선호도까지 향상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파악하고 있는 꾸러미 서비스 업체는 68곳에 이른다. 1~2인 가구가 늘면서 소규모 포장·배달 농산물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aT는 보고 있다. 2~4주 마다 일정량씩 맞춰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기존 직거래 장터도 전국 54곳에서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특히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매주 토요일 열리는 장터 ‘농부의 시장’엔 전국 61개 시·군에서 생산된 200가지 농산물이 거래된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비해 최대 30%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게 aT의 설명이다.

 이 같은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 분위기에 맞춰 aT는 ‘2014 농산물 직거래·로컬푸드 페스티벌’을 25~27일까지 열기로 했다.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리는 이 행사엔 직매장·직거래장터·꾸러미 서비스 뿐 아니라, 새로운 형식의 직거래 방식도 소개된다. KBS 개그콘서트에서 잘 먹는 사람이 권력을 잡는다는 내용의 개그 ‘큰세계’로 인기를 얻고 있는 코미디언 김준현씨가 홍보대사로 나선다. 정성남 aT 유통기획팀장은 “물가와 함께 건강까지 신경쓰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서, 이를 충족할 수 있는 농산물 직거래에 대한 수요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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