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렸다 참깨" 241조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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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 주가가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첫날인 19일 38% 넘게 뛰었다. 마윈 회장이 거래 시작을 알리는 나무망치를 들어보이고 있다. [AP 뉴욕=뉴시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뉴욕 증시 상장 첫날 대박을 쳤다. 19일(현지시간) 치솟기 시작한 주가는 결국 93.89달러로 마감됐다. 알리바바가 시장에 내놓은 공모가 68달러보다 38% 뛴 것이다. 알리바바 시가총액은 2314억 달러(약 241조7000억원)에 이르렀다. 순식간에 페이스북(2016억달러)·아마존(1530억달러)을 제쳤다. 알리바바의 성공을 5가지 키워드로 살펴본다.

 ①비전=알리바바는 마웬 회장이 1999년 중국 항저우 자신의 아파트에서 17명의 친구들과 창업했다. 처음부터 102년 가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3세대에 걸친 기업, 즉 쉽게 사라지지 않는 기업이 되겠다는 각오였다. 사명은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에서 힌트를 얻었다. 모든 사람에게 친숙한데다 알리바바가 다른 사람을 돕는 젊은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열려라 참깨’라는 주문으로 보물로 가득찬 동굴의 문을 열듯, 중소기업들에게 비즈니스 기회를 열어주겠다는 것이었다. 첫번째 가치도 고객제일주의다. 19일 뉴욕증시 상장을 기념한 타종행사에 경영진이나 주주들 대신 선별한 고객들을 올려보낸 것도 고객제일주의를 선전하기 위해서였다.

 ②열정=마웬은 몸집이 작다. 키는 160cm가 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열정만큼은 용광로다. 그는 초창기부터 “우리는 젊고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므로 해낼수 있다”고 용기를 불어넣었다. 중국 소비시장을 석권했던 이베이에 도전했을 무렵, 마웬은 직원들에게 휴식시간에 물구나무를 서도록 했다. 결의를 다지고 에너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였다. 지금도 매년 거대한 체육관에 전 직원들을 모아놓고 단합대회를 연다. 마웬은 가발을 한채 립스틱을 바르고 나와 노래로 직원들의 사기를 돋운다. 마웬의 영웅은 영화 주인공 포레스트 검프다. 그는 CNBC와의 즉석 회견에서 “좌절할때마다 포레스트 검프를 본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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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③승부수=마웬은 단판 승부에 능하다. 알리바바의 오늘을 있게 한 건 2000년대 초 이베이와의 승부였다. 이른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이베이를 쓰러뜨린 경험은 엄청난 자산이 됐다. 당시는 알리바바가 B2B에서 겨우 흑자를 내기 시작했을 때였다. 타오바오를 세워 온라인쇼핑 분야에 뛰어들자는 구상에 모든 경영진이 반대했다. 뉴욕타임스(NYT)가 소개한 당시의 일화. 마웬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온라인 쇼핑 사업을 하려고 한다. 당신이 있든 없든 우리는 할 거다. 당신 생각은 어떤가.” 5분뒤 손정의가 전화를 걸어와 말했다. “나도 끼워달라.” 이베이와의 결투 자금은 손정의가 댔다. 알리바바는 게릴라전으로 나갔다. 경매 사이트의 수수료를 공짜로 제시하면서 시장을 잠식했다. 당시 마웬이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는 이랬다. “이베이는 바다의 상어다. 우리는 양쯔강의 악어다. 바다에서 싸우면 우리가 질 거다. 그러나 강에서 싸우면 우리가 이긴다.” 결국 이베이가 패주했다.

④종잣돈=초기 비즈니스는 실패의 연속이기 십상이다. 알리바바도 그랬다. 국제 사업부의 전 직원을 해고해야 하는 시기(2001년)도 있었다. 종잣돈이 큰 힘이 됐다. 창업 한달만에 골드먼삭스에서 500만 달러를 유치했고, 곧 손정의 회장에게 20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2005년 중국에서 타오바오에 밀린 이베이가 마웬에게 접근했다. 차라리 타오바오를 사겠다는 시도였다. 마오는 이베이 대신 야후를 끌어들여 10억 달러의 자금을 수혈받았다.

⑤투명성=알리바바의 발목을 잡는 것은 투명성이다. 지배구조는 복잡하다. 정치권과의 연결은 리스크가 될수 있다. NYT에 따르면 2012년 야후가 가진 지분 일부를 되산 알리바바는 상당 부분을 국부펀드와 두개의 사모펀드(PEF)회사에 팔았다. 한 회사는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손자가 공동창업한 곳이었다. 오래지 않아 원자바오 당시 총리의 아들이 공동 설립한 PEF도 알리바바 지분을 사들였다. 각종 의구심은 알리바바가 풀어야 할 숙제다. 그러나 회계 감독이 까다롭기로 이름난 뉴욕 증시에 몸을 던졌다는 것 자체가 투명성을 높이려는 정면 돌파책이 될지 모른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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