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정든 37번 뗐다, 임창용의 독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야구 선수에게 등번호는 두 번째 이름이자 선수의 의지를 표현하는 수단이다. 야구 대표팀 최고참 임창용(38·삼성)이 지난 16일 등번호 12번을 달고 서울 잠실구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그의 전성기였던 일본 야쿠르트 시절(2008~2012년) 달았던 번호다. [정시종 기자]·[중앙포토]

2011년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에 입단한 ‘코리안 특급’ 박찬호(41)는 전지훈련에서 만난 포수 이토 히카루(25)에게 선물을 건넸다. 이토가 자신의 등번호 61번을 박찬호에게 양보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야구선수에게 등번호는 또다른 이름이자 아이덴티티다.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도 등번호에 얽힌 이야기들이 눈길을 끈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최고참 투수 임창용(38)이다. 임창용은 올해 소속팀 삼성에서 37번을 단다. 1995~1997, 2002~2006년까지 8년간 썼던 번호다. 그러나 대표팀에 들어온 임창용은 12번을 원했다. 그는 16일 첫 훈련을 마친 뒤 “일본 야쿠르트에서 활약하던 때의 기억을 되살리고 싶어 12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임창용은 2007년 12월 야쿠르트로 건너가 5년간 통산 11승13패128세이브를 기록했다.

 임창용은 국내 복귀 첫해인 올 시즌 초반 삼성의 뒷문을 잘 지켰다. 그러나 6월부터 부진에 빠지며 5승2패29세이브(평균자책점 5.71)에 머무르고 있다. 이번 대표팀에서 봉중근(34·LG)과 함께 더블 스토퍼로 낙점된 임창용은 각오를 다지기 위해 가장 좋았던 시절의 번호를 달았다. 안지만(31·삼성)은 28번 대신 평소 좋아하던 1번을 달았다.

 번호가 겹치는 선수들은 후배가 양보했다. 투수 유원상(28·LG)이 내야수 오재원(29·두산)과 17번이 겹쳐 21번으로, 이재학(24·NC)도 봉중근의 51번을 피해 11번을 낙점했다. 외야수 나성범(25·NC)은 강민호(29·롯데)가 47번을 사용해 48번으로 바꿨다. 유일하게 양보한 선배는 나지완(29·KIA)이다. 그는 한국 팀 에이스 김광현(26·SK)의 호투를 바라는 마음에서 27번을 내주고 25번을 골랐다.

삼성에서 37번을 달고 공을 던지는 마무리 임창용. [정시종 기자]·[중앙포토]

 ◆나성범 만루포, LG에 10-3 승리=대표팀은 18일 잠실구장에서 가진 LG와 연습경기에서 10-3으로 이겼다. 대표팀은 선발 홍성무(21·동의대)가 1회 2실점하고, 3회 등판한 김광현이 최승준에게 솔로홈런을 맞아 0-3으로 끌려갔다. 그러나 3회 말 무사 만루에서 나성범이 그랜드슬램을 때려 경기를 뒤집었다. 6회와 8회에는 집중타로 3점씩을 뽑았다. 시즌 중에 소집된 대표팀 타자들은 15안타를 몰아치며 물오른 감각을 뽐냈다. 투수진도 4회 이후 무실점했다. 9회 등판한 임창용은 삼진 2개 포함, 세 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했다. 최고 구속은 149㎞까지 나왔다.

 대표팀 라인업도 윤곽을 드러냈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황재균(3루수)-손아섭(우익수)-나성범(중견수)-박병호(1루수)-강정호(유격수)-김현수(좌익수)-나지완(지명타자)-강민호(포수)-오재원(2루수)의 타순을 내놓았다. 투수 기용 계획도 나왔다. 김광현은 22일 태국과의 예선 첫 경기에 나선 뒤 5일을 쉬고 28일 결승전을 맡는다. 양현종이 대만전(24일), 홍성무가 홍콩전(25일), 이태양이 준결승(27일) 선발로 나설 전망이다.

김효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