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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핵운동번져 궁지에 몰렸던 「나토」에 군비강화 길 열어준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나토동맹국들의 중거리핵미사일 유럽배치계획에 반대하는 운동이 빈번해지면서 시무룩해있던 나토군사관계자들은 지난달28일 소련스파이잠수함이 스웨덴의 비밀군사해역안에서 좌초, 1주째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을보며 뜻밖의 위스키언더록스를 즐기게 됐다고 생기가 돌고 있다.
나토관계자들 사이에서 암초위에 올라앉은 137형의 소련잠수함(1천t, 승무원56명) 이 위스키급의 코드네임으로 분류되고 있기때문에 익살스럽게 비유되는 말이다.
나토관계자들이 즐거워하는 이유는 입버릇처럼 발틱해를 평화해로 만들자고 주장하고 평화운동을 부추기고있는 소련의 스파이잠수함이 하필이면 중립국인 스웨덴의 영해와 주권을 침범, 해안에서 불과 35m 떨어진 곳까지 들어가 소련평화공세의 허구성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소련잠수함이 암초위에서 발견된뒤 스웨덴과 소련 두 나라는 사고경위의 조사 및 선체의 예인문제를놓고 1주일이나 승강이를 벌이다 함장심문에 소련이 동의했다.
사고가 알려진 직후부터 소련측은 나침반고장으로 항로를 잘못잡아 빚어진것이라고 변명, 소련선박이 잠수함을 예인해 가겠다고 스웨덴측에 요청했다.
그러나 스웨덴측은 이요청을 거절하고 우선 함장「표트르·구신」(35)을 비롯한 승무윈들을 심문하고항해일지를 제출받아 영해침범경위를 밝힌 다음 스웨덴함정이 예인해주겠다는 태도다. 경우에따라서는 소련이 1960년 미국의 U-기 조종사를 스파이죄로 재판했던것처럼 함장을 재판에 회부할수도 있다는 뜻을 비치고 있다.
소련잠수함이 좌초한 해역은 레이다시설을비롯, 핵공격에도 견딜수있는 지하포대와 군사시설이 밀집해있는 해군기지 카롤스크루나항을 코앞에둔 지역이다. 이 부근은 수십개의 섬과 암초등 천연적인 장애물의에 수시로 이동하는 지뢰등으로 2중, 3중의 방어 시설이돼있는 스웨덴 제1의 군사기지로 소련이 변명하는것처럼「고장난 나침반」으로는 도저히 접근할 수없는 곳이다.
따라서 소련잠수함이 어떻게 이런 장애를뚫고 들어올수 있었는지, 또 그정찰임무가 무엇이었는지 알아내려 하고있다.
스웨덴에 또 문제가 되는것은 소련잠수함이 침범한 사실을 한 어부가 신고한지 14시간만에 확인했다는 정보체제상의 허점이다.
뒤늦게 전군에 비상령을 내리고 스웨덴해군력의 절반을 사고지역에 집결시킨 스웨덴국방성은 『적은 예산으로 2천7백㎞에 이르는 해안선을 어떻게 지키느냐』고 변명하면서도 이번 사건을 방위예산증액의 호기로 삼을 눈치다.
당초 소련측은 공식적으로는 스웨덴의 함장심문요구를수락, 소련대사관의 무관이 함장에게 하선하도록 종용했다. 그러나 「구신」 함장은『직속상관 명령만 듣겠다』며 불응했다. 이같은 승강이가 1주일째 계속되자 합장이 버티고있는 것은 상부와의 연락이 안돼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심문받게될 경우의 답변내용을 의논하고 선박이 조사받게될 경우에 대비, 장비와 증거등을 파괴하기위한 시간벌기작전인 것으로 풀이했다.
그러나 스웨덴측은 서두르지 않았다. 좌초한 잠수함의 보급이 길어야 2주분 밖에 되지않는데다 그동안 탐지된 잠수함내의 통신을 분석한 바로는 승무원들 사이에 큰소리가 오가는등 분위기가 격앙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인구 8백만명의 소국 스웨덴을 상대로한 싸움이지만 소련으로서는 워낙 명분이 없기때문에 승산도 없을뿐더러 소련평화공세의 표리부동한 단면을 드러냈다는데서 나토관계자들은 위기의식을 느끼기 보다는 흐뭇한 표정들이다.【본=김동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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